[관망경(官望鏡)]15년만에 업무보고한 국무조정실

세종시 정부청사는 하늘에서 보면 마치 용의 모습을 하고 있다. 용이 지상에서 꿈틀대는 것처럼 6개 동이 꾸불꾸불 이어져 있다. 1동에서 6동까지는 거리가 1.4㎞나 된다. 전체 동을 다 걸으려면 20~30분은 걸린다. 용의 머리에 해당하는 1동에는 국무총리실이 있다. 2동은 공정거래위원회, 3동은 세종청사관리소, 4동은 기획재정부, 5동은 해양수산부, 6동은 국토해양부가 각각 자리 잡고 있다. 국무총리실은 국무조정실과 비서실 두 곳으로 이뤄져 있다.

국무조정실은 이전 MB정부에서는 국무총리실이라고 불렀다. 국무총리 직무를 보좌하고 중앙행정기관간 주요 정책을 조정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지난 1973년 세워진 행정조정실이 원조다. 국무조정실을 이끄는 실장은 장관급 대우를 받는다. 덕수상고 출신으로 어려운 가정 형편을 이기고 26살때 행시와 입법고시에 동시에 합격한 `가난한 수재` 김동연이 실장을 맡고 있다. 지난달 30일 국무조정실은 15년 만에 처음으로 대통령에 업무보고를 했다. 지난 1998년 장관급 국무조정실이 생긴 이래 박근혜정부 들어 처음으로 업무보고를 한 것이다.

업무보고 중 주목할 부분은 갈등 과제 관리다. 부처 간 갈등 소지가 있는 69건 과제를 선제적으로 대응, 부처 간 갈등을 없애겠다고 했다. 갈등과제 관리와 관련해 국무조정실은 특히 ICT분야에 신경써야 한다. 애초 박근혜정부가 ICT 분야에서 부처 간 갈등 소지를 안고 출발했기 때문이다. 미래부가 생겼음에도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산업부)와 온라인 게임(문화부), 전자정부와 일부 개인정보보호(안행부), 방송과 주파수(방통위) 등 여러 중요한 ICT 분야를 다른 부처에서 관할한다. 그만큼 갈등 소지가 있는 셈이다. 부처간 갈등은 국가 에너지를 낭비하고 국익을 해친다는 점에서 피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적극적인 조정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번 정부에선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이라는 말 대신 조정과 상생이 우선되길 기대한다.

세종=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