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출시될 차세대 아이패드에 삼성디스플레이 LCD가 탑재된다. 당초 애플은 차세대 아이패드 개발 단계부터 삼성디스플레이를 배제했지만, 나머지 협력사들의 공급 능력 한계와 품질 문제 탓에 방향을 바꿨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삼성 부품 의존도를 낮춰온 애플이 삼성과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일지 주목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7월부터 월 300만개 규모의 애플 차세대 아이패드향 9.7인치 LCD 패널 생산에 돌입한다.
이 제품은 새로운 신(thin) 글라스 기술을 적용해 기존 아이패드 LCD보다 20% 이상 두께를 줄였다. 신 글라스는 유리 기판에 불산 등 화학용액을 뿌려 박막으로 깎아내는 공법이다. 기존 아이패드용 LCD 유리기판은 0.25㎜지만, 이번에 출시하는 제품은 0.2㎜로 얇게 만들었다.
유리기판 두께가 줄면서 LCD 투과율은 99.5% 수준까지 높아졌다. 광학 특성을 개선해 반사율은 0.6% 이하로 낮췄다.
올 초만 해도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에 공급하는 LCD 물량은 한 달 수십만개 수준에 불과했다. 특허 공방전이 치열해지면서 애플이 삼성 계열사에서 조달했던 부품의 대부분을 끊었기 때문이다. 애플 아이패드용 LCD를 주로 생산했던 삼성디스플레이의 L6 라인 가동률은 한때 20~30%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 LCD를 끊자마자 애플은 디스플레이 품질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맥북에어 LCD에 흰 안개(화이트 포그) 현상이 발생해 소비자 불만이 잇따랐고, 일부 협력사는 품질 수준을 맞추지 못해 수급난을 가중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애플은 꾸준히 새로운 거래 관계를 모색해왔다”며 “탈삼성을 부르짖어온 애플이지만 당분간 LCD 패널은 예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애플의 협력 관계가 회복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반도체 거래 재개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애플은 내년 출시할 아이폰6부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삼성전자 대신 TSMC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TSMC는 애플 AP 공급을 위해 대만 남부에 20나노 공정 12인치 팹을 건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나노 공정보다 14나노 핀펫 공정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다. 자사 엑시노스 AP 성능을 끌어올리고, 애플 AP 물량을 다시 가져오기 위한 전략이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팀장은 “애플은 여전히 삼성전자 AP 개발지원팀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삼성전자가 14나노 공정에 성공한다면 얼마든지 거래 관계가 복원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