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만톤)
(자료:업계)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제철을 통해 자동차용 특수강 자체 생산에 나서면서 국내 특수강 봉강 시장의 공급 과잉 우려가 커졌다. 현대제철이 생산을 본격화하는 2015년을 전후해 국내 특수강 시장 경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용 특수강 비중이 높은 중견업체들은 생사의 기로에 내몰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대규모 투자로 인한 수입 대체 및 고용 효과에도 불구하고 대·중소기업 상생에 역행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용 부품 제조에 주로 사용되는 특수강 봉강의 올해 국내 수요는 총 315만톤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 2011년에 비해 7%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이 와중에 현대제철은 1조원을 투자, 당진제철소 내에 연산 100만톤 규모의 특수강 공장 설립에 나서 특수강 공급 과잉이 우려됐다.
현대제철은 올 4분기부터 장비 발주에 들어가 2015년부터 특수강 생산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자동차그룹 측은 이번 특수강 투자로 2만600여명의 고용창출과 5조6700억원 규모의 생산유발 및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기대했다.
특수강은 봉강과 선재 및 판재 등으로 구분된다. 자동차용 엔진, 변속기 및 섀시 부품에는 주로 봉강이 사용된다. 현대제철이 주로 생산하는 특수강도 봉강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생산을 본격화하는 2015년 이후 국내 특수강 봉강 전체 수요를 뛰어넘는 물량이 국내에서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세아베스틸 등 경쟁업체들의 매출 및 이익 감소는 물론 특수강 중견업체들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01년 기준 국내 특수강 봉강 총 수요(339만톤) 중 해외에서 수입되는 물량은 82만톤 규모로 추산된다. 현대제철이 연산 100만톤 규모의 특수강 봉강을 생산할 경우, 국내 수요 물량을 초과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현대·기아차의 국내 자동차 생산 물량 확대를 기대하기 힘들어 공급 과잉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는 국내 생산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중국 등 해외 현지 생산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특수강 공급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물량 증가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대제철의 특수강 생산으로 2015년 이후 봉강 공급 과잉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