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LNG 직도입 경쟁과 독점

서울의 한낮 기온이 섭씨 22도를 훌쩍 넘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었던 봄은 어느 새 꼬리를 감췄다. 호사가들은 벌써부터 국가 대정전 사태를 일컫는 `블랙아웃`을 논한다. 원전은 툭하면 멈춰서고 지난달에는 전력예비력 부족으로 전력수급 `준비` 단계까지 발령됐다. 어쩌면 올 여름이 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국내 전력생산 원료의 20%를 차지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직도입을 놓고 국회가 갑론을박이다. 지난달 김한표 의원을 대표로 하는 새누리당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11명의 국회의원이 민간사업자의 천연가스 직도입 확대를 위한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반면 박완주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12명은 직도입 규제를 강화하는 법률안을 내놨다. 6월 국회 본회의 통과를 남기고 있지만 소위원회는 직도입 규제강화에 손을 들어 줬다.

사실 가스산업 구조개편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골메뉴로 식탁에 올랐다. `독과점 해소`와 `민간기업 특혜`라는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섰다. 공기업은 방패를 들고 민간기업은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권력에 암묵적인 힘을 실었다.

분명한 것은 국가 천연가스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에너지공기업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지난해 국내 수요 3800만톤 가운데 가스공사가 3600만톤 이상을 책임지고 도입한 것만 봐도 그렇다. LNG 직도입에 대한 `6월 전쟁`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민간발전사가 가스공사의 경쟁자가 될 수 없는 이유다.

문제는 국내 전력산업의 구조가 달라졌다는데 있다. 지난달 6차 전력수급계획에 LNG를 핵심원료로 사용하는 민간발전사업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어불성설이었다. 이들은 새로 건설되는 발전소에 한해 LNG 직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3800만톤을 도입하는 가스공사와 달리 연간 100만톤을 소비하는 민간기업에게 약간의 문호를 개방해 달라는 것이다. 몸집이 가벼운 만큼 글로벌 자원개발 시장에서 치고 빠지는 전략이 가능해 더 저렴한 LNG를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SK E&S가 지난해 발전사업에서 전년대비 65%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셰일가스 붐도 직도입 논의의 핵심이다. 미국의 셰일가스는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전략을 바꿔놓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원전 축소 움직임이 있지 않은가. 하반기에 발표될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셰일가스가 중심이 될 것은 명약관화다. 정부 스스로도 독점으로 인한 구조적 비효율로 인해 천연가스 도입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높다고 인정한다. OECD 국가에서 독점을 보장하는 나라는 사실상 우리나라밖에 없다.

가스산업구조의 완전 개방을 논하자는 게 아니다. 국가 수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운영의 묘를 살리자는 것이다. 직도입 규제 완화로 민간사업자간 LNG 거래가 진행될 경우 국내 가스산업의 50% 이상을 지배할 수 있다는 가스공사 측의 주장은 앞선 판단이다. 고작 가스공사의 36분의 1을 수입해 발전용으로 활용하는데 경쟁상대가 될 수 없다. 가스공사가 국가 에너지 수급의 야전사령관이라면 민간기업은 소대장이다.

시대가 변했고 시황이 달라졌다.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새로운 길이 열린다. 경쟁이 아닌 협업시스템이 상생의 길이고 창조경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김동석 그린데일리부장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