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이 애플과 멀어지고 있다. 아이폰 제조로 버는 돈이 줄면서다. 자체 설계 제품을 늘리려 하지만 기존 고객과 등져야 해 쉽지 않다. 진퇴양난이다.
8일 뉴욕타임스와 애플인사이더는 “폭스콘이 애플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며 “대형 디지털TV 등 자체 설계한 제품 중심으로 전략을 선회했다”고 보도했다. 대만 폭스콘은 애플·델·HP와 아마존의 제품 제조를 맡는 세계 최대 전자제품 위탁 생산 기업이다.
애플 아이폰·아이패드 판매가 줄면서 폭스콘의 실적은 급감했다. 1분기 전년보다 19.2% 떨어졌다. 애널리스트들은 애플 제품이 폭스콘 매출의 약 40%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주 고객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비단 폭스콘뿐 아니라 HTC와 아수스텍을 비롯한 대만 제조 기업들의 공통적 문제다.
뉴욕타임스는 “그들이 고객과 경쟁을 시작하면서 고객은 떠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슬럼프가 깊어지면서 고충은 더 커졌다. 시장조사업체 NPD에 따르면 전년 대비 글로벌 LCD TV 수요는 1%, 전체 TV는 6% 줄었다. 1분기 PC 출하도 일 년 전보다 13.9% 축소됐다.
루오 화이지아 대만전기전자제조협회 부회장은 “대만 기업은 지금까지 위탁 생산 의뢰 기업에 의존해왔지만 이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자체 설계 제조 영역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폭스콘의 전략 변화는 시작됐다. 소니·샤프·도시바 등 고객들과 경쟁을 의식해 `플랫폼 전략`을 택했다. 자체 설계 폭과 직접 개발 부품 비중 늘리면서도 다른 업체 브랜드로 우회 판매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테리 고우 폭스콘 회장이 8억4000만 달러(약 9142억원)를 출자해 샤프 LCD 패널 공장 지분을 산 것이 시초다. 이어 LCD 패널과 백라이트 등 90%의 부품을 자체적으로 만든 60인치 TV가 나왔다. 중국 라디오샥(RadioShack), 미국 비지오와 협력해 TV 판매를 시작했다.
사이먼 싱 폭스콘 대변인은 “파트너 기업의 마케팅과 유통 네트워크를 활용할 계획이며 자체 브랜드를 내세우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과 중국에서 TV·모바일 협력사를 늘리고 있다. 샤프 공장을 활용해 LCD 패널은 직접 납품하면서 제품 가격은 낮춘다.
싱 대변인은 “애플과 노키아 등 고객 비즈니스가 축소되면서 우리에게 타격을 줬다”면서도 “단지 주문을 기다리기만 하지 않고, 많은 고객이 우리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처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TV 사업은 폭스콘 매출의 5%도 안된다. 애플 TV를 만들면 새로운 기회가 된다. 분석가들은 “고우 회장은 LCD 공장과 TV 생산 능력을 결합해 애플의 TV 주문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