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장률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설비투자 등 고정투자 둔화 때문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소장 배현기)는 8일 저성장 기조의 고착화와 저금리 현상의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장기 저성장 대응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연구소는 1970년대에 17.9%에 달했던 고정투자 증가율이 최근(2003∼2012년)에는 1.6%로 추락해 성장기여율도 10%대로 동반 추락하는 등 양적 성장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가계부채 부담과 부동산 시장 부진 등 구조적인 요인이 민간소비 여력을 제한하는 것도 내수를 위축시키며 성장률 둔화에 일조했다고 덧붙였다. 또 금융위기 이후 국내경제의 성장률 둔화가 여타 선진국에 비해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실제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보다 낮은 상황이 지속돼 저성장의 악순환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경고했다. 저성장 문제를 방치할 경우 이력 효과로 인해 성장 잠재력이 훼손되고 성장이 다시 둔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력 효과`란 저성장이 장기화될 경우 경제주체가 성장에 대한 확신을 잃어버리게 되고 기대 성장률을 떨어뜨려 결과적으로 총생산이 잠재 생산수준에서 멀어져 가는 현상을 의미한다. 김영준 연구위원은 “성장률의 반등을 위해서는 노동, 자본 등 생산요소 투입을 확대해 성장 기여도를 제고해야 하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이들의 확대에 한계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보수적인 투자관행, 해외투자 선호와 사이클이 짧은 IT 위주의 투자 흐름을 바꾸지 못하면 과거와 같은 설비투자에 따른 성장 기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여기에 생산과 소비 등 경제활동이 활발한 핵심생산인구(25세∼49세 인구계층)가 2008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에도 제한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주요국 중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보다도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어 경제에 미칠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며 “생산요소의 이탈(breakaway)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정부 및 기업의 대응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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