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세의 디자인스토리]<31> 소비자는 항상 한명이다

지난 수백 년간 산업시대로 진화하면서 세상은 대량생산을 바탕으로 한 대량소비를 부추겨왔다. 특히 100년 전 연간 100만대의 자동차를 양산하기 시작한 포드자동차 같은 많은 기업들이 미국을 중심으로 수많은 종류의 생활용품들을 붕어빵처럼 찍어내고 있다. 나아가 생산을 통한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마케팅`이라는 단어를 도입해서 소비자를 위한 무작위 공략을 시작했다.

[김영세의 디자인스토리]<31> 소비자는 항상 한명이다

이런 기업들의 대거 탄생은 시장점유율(마켓 셰어)을 생존 전략으로 삼고 경쟁적 광고를 부추기는 TV 광고 시대를 열었다. 이 기간 동안에는 기업들이 경쟁력을 기초로 싸게 많이 만들어서 많은 고객을 유치하는 일꾼들을 확보하는 데 열중하게 됐다. 따라서 인재 교육이나 스펙에서도 말 잘 듣고 같은 일에 숙달된 사람들을 우선시했다. 그런 긴 역사 속에 소비자는 기업의 전략이나 광고대로 물건을 사주는 단순한 역할만을 반복했다.

그 시대 디자이너의 역할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다수의 원칙`에 따르며, 그 다수의 구성은 극히 기업이 원하는 전략과 마케팅 수단에 짜 맞출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모니터링에 상품기획을 의존할 수만은 없다. 불과 수십 명의 모니터요원들의 대답(그것도 누군가가 만들어낸 질문들에 대한)을 기준으로 어떻게 70억 인구가 존재하는 세상의 미래의 답을 찾아낼 수가 있겠는가.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애플은 소비자들에게 상품기획 방향을 묻지 않았다, 그들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상품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제 끊임없이 변하는 소비자들의 욕구와 마음을 더는 물어볼 데가 없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고, 개개인의 요구와 취향이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디자인하는 상품의 범위는 넓으면서도 극히 좁다. 다시 말하면, 공장에서 생산되는 수많은 상품 중 하나지만 그것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는 그것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것`이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내가 디자인을 시작할 때에는 세상의 중심은 그 사람에게로 향한다. 그 사람은 나 자신이 될 수도 있고, 가까이는 내 아내, 또는 스쳐 지나며 나에게 영감을 던져주는 뮤즈가 될 수도 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그 소비자 한 명이 구입하는 상품은 어떤 특정 기업 한 회사의 것이 아니다. 상품의 종류에 따라 이루 말할 수 없이 다양한 많은 기업의 상품을 구매한다. 이노디자인은 수백 가지 상품을 늘 디자인한다. 그런 상품들의 생산업체들도 수없이 많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우리들이 제공하는 디자인들의 최종 고객은 생산기업이 아닌 소비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최후의 소비자 한 명을 사랑하듯이 배려할 때 그 한 명이 수백만 명으로 둔갑하는 것을 보았다. 물론 소비자 한 명을 디자인으로 감동시킨다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눈 감고 활을 쏘듯 어정쩡한 디자인으로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광고의 힘으로 밀어붙여 본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대신 소비자를 이해하려는 온갖 열정을 쏟는 것이 미래를 향한 도전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디자인에는 절대적인 만점이 없다.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디자인을 하려다 보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쓸데없는 기능까지도 포함하게 된다. 그 순간 제품의 가격은 오르고 제품은 매력을 잃는다. 특정 고객의 취향에 맞는 포지셔닝이 디자인 초기에 설정돼야 한다. 또 디자인은 변화하는 인간의 욕구를 따라 지속적으로 진화한다. 디자이너들은 세상에 똑같은 두 사람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디자인은 끊임없이 사람을 연구하는 일이기도 하다. 나에게는 최고의 디자인도 누군가에 의해 진화될 것이다.

디자이너로서의 나의 인생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을 눈여겨보며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찾아보는 호기심의 연속이다. 이런 나의 습관은 남들에게는 안 보이거나 지나칠 수 있는 장면을 포착할 수있는 기회를 끊임없이 가져다 준다.

김영세 이노디자인 회장 twitter@YoungS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