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 저가 슈퍼컴으로 시장 확대…5억원대 슈퍼컴 내놔

세계 1위 슈퍼컴퓨터 `타이탄` 제조사 크레이가 저가 슈퍼컴 시장에 진출했다. 100억원 이하는 아예 안만들던 크레이가 5억원이라는 염가에 제품을 내놨다. 특정 기관뿐만 아니라 관공서와 일반 기업에서도 슈퍼컴 수요가 높아졌다는 판단에서다.

크레이, 저가 슈퍼컴으로 시장 확대…5억원대 슈퍼컴 내놔

9일 인포메이션위크에 따르면 크레이는 컴퓨팅 설계와 시뮬레이션을 비롯한 고성능 컴퓨팅에 사용하는 중저가 슈퍼컴 `XC30-AC`를 출시했다. 최저 가격은 50만달러(약 5억4000만원)로 최대 30억원을 넘지 않는다. 크레이가 100억원 이상 슈퍼컴만을 공급했던 전례와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다.

XC30-AC는 기존 크레이 슈퍼컴과 동일한 소프트웨어와 부품을 사용한다. 공랭식이 아닌 수랭식을 선택하고 광케이블을 사용하지 않는 설계로 비용을 낮췄다. 주 고객층은 대기업과 제약, 에너지, 대학, 공공기관, 연구소다.

정확한 성능은 알려지지 않았다. 한 전문가는 대략 20~30테라플롭스 성능을 갖출 것으로 내다봤다. 1테라플롭스는 1초당 1조번의 연산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최고 성능 PC보다 5000배 빠른 속도다. 세계 슈퍼컴 순위 500위 내 약 200개 슈퍼컴 성능이 수십 테라플롭스급이다. 국내 슈퍼컴 천둥이 106.8테라플롭스로 278위 수준이다.

크레이는 지난해부터 저가 시장 진출을 준비했다. 인텔에 슈퍼컴 기술자산 일부를 매각해 현금을 모았고 중소형 슈퍼컴 전문업체를 인수해 사업을 기반을 다졌다. IBM을 비롯한 경쟁사도 저가 슈퍼컴 시장을 노크했지만 가격 경쟁력 때문에 고전했다. 크레이는 오랜 노하우와 기술을 녹여낸 제품에 경제성을 가미해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배리 볼딩 크레이 부사장은 “기업에 저장되는 데이터가 늘어나고 복잡한 해결 과제가 늘어나면서 슈퍼컴 수요가 늘고 있다”며 “IBM 같은 대형 슈퍼컴 업체와 소규모 클러스터 업체 사이의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