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이후 국내 판로가 막힌 발광다이오드(LED) 대기업이 완제품 대신 엔진(모듈) 사업에 집중해왔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LED 조명 시장 개화가 더딘데다 국내 조명 완제품 업체 중 엔진을 대량 구매해 맞춤형 기구를 설계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조명 기구 표준화도 더딘 탓에 당분간은 LED 조명 엔진 사업이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삼성전자·LG이노텍·포스코LED 등 LED 대기업들의 엔진 사업 매출 비중이 완제품과 LED 패키지 등을 포함한 전체 조명사업 실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LG이노텍은 약 40% 비중이고, 포스코LED는 50%를 약간 밑돈다. 특히 LCD 백라이트유닛(BLU)을 합친 전체 LED사업 매출에 비교하면 6~7% 수준이다.
대기업 LED업체들은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LED조명을 지정한 이후 엔진 사업으로 내수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펴왔다. 하지만 성장세는 저조하다. 삼성전자와 LG이노텍은 BLU를 제외한 조명사업 비중이 여전히 10% 내외다.
국내에서 LED 조명엔진 사업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조명 표준이 명확하지 않아 대규모 양산이 어려운데다 엔진에 맞는 자체 설계 능력을 갖춘 조명 완제품 업체가 드물기 때문이다. 협력사에 외주가공(OEM)을 맡겨 양산할 수 있는 공급망관리(SCM) 생태계가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반면에 외국계 조명업체인 필립스는 국내 시장에서 이미 조명엔진 사업 비중이 이미 50%를 훌쩍 넘은 상황이다. 완제품 설계 능력을 바탕으로 OEM업체를 육성해 온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조명업체 태원전기에 지분 15%를 투자하며 SCM 구축을 시도 하고 있지만 등기구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 엔진사업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가(Zaga) 등 표준화 협의체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지만 진척 속도가 느리다”며 “당분간은 다양한 형태의 조명에 대응할 수 있는 패키지형 사업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용어설명 LED 조명엔진=LED칩 패키지를 방열 기판에 여러 개 부착하고 전원단(파워단)을 끼워 빛을 내도록한 것. 등기구 완제품에서 케이스를 제외한 발광단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