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노베이션 DNA]SAS의 복지경영

비즈니스 분석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SAS는 오늘날 실리콘밸리 IT기업들이 자랑하는 엄청난 사내 복지의 `조상` 격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SAS의 복지 경영은 `행복한 소가 양질의 우유를 만든다`는 짐 굿나잇 창업주의 신념에서 비롯한다. 지난 1976년 창업 이래 경영진은 `직원이 최고의 자산`이라는 일관된 방향성을 지켜왔다.

[글로벌 이노베이션 DNA]SAS의 복지경영

◇신입사원부터 CEO까지 동등하게 주어지는 `최상의 업무환경`

SAS에 채용되면 신입이든 임원이든 관계없이 모두에게 개인 사무실이 주어진다. 심지어 신입사원부터 CEO까지 동일한 크기의 방이다. 직원 모두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한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근무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의미다. 또 진급해서 개인 사무실을 갖는 것을 회사 생활 목표로 삼지 말라는 메시지도 있다.

창의력에 방해가 되는 요소는 최대한 없앤다. 근무시간은 주당 35시간이고, 직원 스스로 원하는 시간을 정해 일하면 된다. 누가 몇 시에 출근하는지 신경 쓰지 않는다. 의료비는 회사가 90%를 책임지고, 병가 사용도 제한이 없다.

의료센터와 건강, 보육 시설도 자랑거리다. 특히 농구장 13배 크기(5400㎡)만한 최첨단 헬스장과 수영장, 미용실, 보육원을 마련해 뒀다. 직원들은 회사 안에서 대부분의 개인 용무를 볼 수 있다. 근무 중 원한다면 언제든 예약 없이 미용실과 네일숍을 이용할 수 있다. 금융 및 법률 센터에서는 금융 전문가가 직접 방문해 공짜로 상담해준다. 개인 퇴직금 적립 계획 등 노후 대비 관련 방문 상담과 토론 그룹 세미나도 제공한다.

SAS가 상상을 초월한 직원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이다. SAS는 상장과 인수로 회사를 키우기보다는 사람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연구 프로젝트가 있으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SAS의 연구개발비는 전체 매출의 25%에 달한다.

사내 복지가 가능하려면 회사 규모가 거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기 쉽다. 짐 굿나잇 SAS CEO는 단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SAS는 창업 때부터 35시간 탄력근무제와 이윤공유제를 적용했으며 매주 월요일마다 신선한 과일을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창업한 날부터 시작했다. 회사가 지원하는 유치원은 창립 4년 만에 만들었다. 현재 SAS 복지의 대부분은 창업 8년째, 매출 500억원을 넘어서면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로 치면 중소중견기업 시절이다.

굿나잇 CEO는 “매출이 작은 소기업이라도 사내 복지는 충분히 적용할 수 있으며 이는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덜어줘 생산성을 올리기 위한 일종의 사업이다”라며 “여력이 어느 정도인지 생각하기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가화만사성` 가정이 편안해야 일도 잘한다

SAS는 `회사가 곧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가정이 편안해야 직원들의 생산성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SAS의 아침은 직원이 아이를 보육센터에 맡기는 일에서 시작된다. 지난 1981년부터 사내에 육아시설을 설치했다. 몬테소리 교육 방식을 따르는 이 사내 시설은 600여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유치원 2개로 운영되며, 자녀들의 연령에 따라 각각 보육교사의 비율이 다르게 정해져 있다. 보육시설 이용료는 월 410달러로, 미국 기업 중 낮은 편이다. 양육 보조금도 지급한다. 회사 내 보육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직원들에게는 지정된 보조기관을 통해 유사한 혜택을 지원한다.

직원과 가족의 건강도 알뜰히 챙긴다. SAS 본사에는 의사 4명과 물리치료사 10명, 간호사 40여명과 보조원을 갖춘 의료시설이 운영된다. 5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사내 병원은 직원과 가족 모두에게 무료다. 4명의 내과의사와 56명의 인력이 있는 건강관리센터에서 직원들은 큰 수술까지는 아니어도 알레르기 주사, 임신 테스트를 비롯한 기본적인 의료 혜택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역시 돈을 받지 않는다. 직원 자녀를 위한 여름캠프와 부모의 입·퇴원 처리도 SAS가 한다.

◇정년 없는 일자리, 은퇴 후 삶도 책임진다

SAS에는 `정년퇴직`이라는 개념이 따로 없다. 50세 이상의 직원이 전체 3분의 1 가량을 차지한다. 자진 은퇴를 위한 프로그램 안내센터, 노인건강 센터 등도 마련, 새로운 인생 설계를 함께 준비한다.

은퇴자들은 퇴직 후에도, SAS의 일부 시설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퇴직자들에게는 퇴직자 ID가 별도로 제공되며, ID가 있으면 본사 캠퍼스의 레크레이션 및 피트니스 센터, 카페, 워크앤라이프 센터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추가로 신청하면 배우자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캠퍼스에서 제공되는 마사지, 네일샵, 세탁소, 피부관리샵 등 다양한 서비스들을 계속 이용할 수 있다. SAS에서 제공하는 교육과정도 무료로 수강할 수 있으며, SAS 가족들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혜택 역시 퇴직 후에도 동일하게 받는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