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매입 대행 업무를 놓고 갈등을 빚어온 KB국민카드와 밴(VAN) 업계가 금융당국에서 추진 중인 밴 수수료 개편안이 나온 이후 매입 중단 계획을 일단 유보했다. 또 KB국민카드가 직접 가맹점 매입업무를 하겠다는 주장에서 한발 물러나 밴 수수료 인하 절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철회` 가능성을 높였다.
13일 KB국민카드는 밴 업계와 협의를 거쳐 우선 6월 이후 매입 업무를 중단하기로 했던 계획을 유보했다. 대신 밴사에 시장 상황을 반영해 밴 수수료를 인하하는 것을 골자로 상생 방안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밴 업계도 매입 업무 중단보다는 소폭 대행 수수료 인하를 검토 중이어서 매입 중단 파국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카드 리스크관리부 관계자는 “밴 업계와 수수료 인하방안을 협의 중”이라며 “서로가 공멸하는 사태는 피하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밴 업계 관계자도 “1차 회의를 했고, 금융당국 TF에서 나오는 수수료 개편안 용역 결과를 보고 매입 중단 여부를 다시 논의하는 것으로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양 측은 각각 수익성 개선과 생존권 보장을 주장하며 팽팽하게 맞섰다. 4월에는 400여명의 밴 대리점 종사자가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등 갈등이 심화됐다. 이후 1차 협상 자리가 마련됐지만 견해 차를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양 측이 매입 중단보다는 대행 수수료 인하 쪽으로 어느 정도 시각이 좁혀짐에 따라 밴사의 매입업무 중단 계획은 일단 철회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다만 KB국민카드는 밴 업계가 대형가맹점에 관행적으로 지급하는 리베이트 관행을 없애 수수료 인하에 나서야 할 것을 촉구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이른바 마케팅비용으로 불리는 밴사의 리베이트 관행을 업계 스스로 근절해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만일 대형가맹점에 지급되는 리베이트 관행이 바뀌지 않는다면, 수수료 인하 또한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 제로섬 게임을 중단하는 방안을 같이 마련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밴 업계도 금융당국의 밴 수수료 용역 결과를 지켜본 후, 수수료 인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성원 한국신용카드밴협회 사무국장은 “매입 업무 수수료 인하와 관련 밴 업계도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카드사와 협력해 상식 수준에서 인하하는 방안도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KB국민카드의 밴 매입업무 중단 계획은 잠정 철회됐고, 당분간 밴사가 매입업무를 계속하게 됐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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