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와 구글의 인연…한장의 사진에 오롯이

구글 캠퍼스 43동 건물에 들어서면 구글을 방문한 유명 인사들의 사진이 계속 번갈아 나오는 대형 스크린이 벽에 걸려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이 하나같이 한 남자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는 것이다.

창조경제와 구글의 인연…한장의 사진에 오롯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부터 영화배우 나탈리 포트먼, 달라이라마에 이르기까지 수십, 수백 명의 유명 인사들이 한 중국계 남자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의 이름은 체이드 멩 탄, 구글의 `졸리 굿 펠로`(Jolly Good Fellow)다. `아주 유쾌한 친구`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그는 구글의 초기 엔지니어 중 한명이다. 유명 인사가 회사를 찾을 때마다 달려가 기념으로 사진 촬영을 요청하던 것이 관행이 돼 나중에는 유명인이 방문하면 으레 멩을 찾게 됐다. 구글의 모바일 검색 개발팀을 이끌던 그는 지금 구글 직원에게 명상과 마음 다스리기를 가르치고 있다.

유명인과 사진 찍는 남자라는 유머러스한 관습을 만들고, 그에게 `졸리 굿 펠로`란 엉뚱한 직책을 주는 모습에서 구글의 독특한 기업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요즘 많이 거론되는 `창조경제`를 가능케 하는 `미국스러운` 기업문화의 한 단면이다.

스크린을 들여다 보고 있자니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 시절 멩과 찍은 사진도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의원 신분으로 실리콘밸리를 찾아 구글 본사를 방문했다. 당시 박 의원은 “실리콘밸리에 좋은 기업과 대학이 모여 인재를 많이 키웠다”며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이 차이를 만들기 때문에 모든 분야가 IT와 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와 IT를 중심으로 한 산업·경제 구조 혁신에 대한 관심을 감추지 않았다.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에 대한 확고한 관점과 이론이 벌써 그때 상당히 체계화돼있었음을 짐작케 한다. 박 대통령이 구글의 `졸리 굿 펠로`와 사진을 찍으며 자유롭고 유쾌한 문화도 함께 접하고 창조적 영감을 받았을 것이다.

`창조경제`를 이루겠다며 공무원들이 거창한 정책을 짜내느라 고심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분위기다. 정작 답은 가까운 곳에 있을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이 찍은 사진에 담긴 유머와 자유로움이 창조경제를 향한 첫걸음일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미국)=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