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울청사 복도에서는 다소 생경한 광경을 볼 수 있다. 안전행정부 직원들이 스피커에 나오는 음악에 맞춰 국민체조를 하는 것이다. 여타 중앙부처에서 보기 힘든 정겨운 모습이다. 가끔은 민방위 훈련 때 등장하는 노란색 점퍼도 눈에 띈다.
안행부는 공무원 조직에서 갑(甲) 역할을 한다. 맏형 노릇이다. 안행부는 전국 지자체 및 중앙 공무원 조직을 관할한다. 정부 조직은 물론 공무원 인사 및 비위에 대해 조사권을 갖고 있다. 이런 환경 때문인지 직원들은 공무원 중에서도 정도를 걸으려는 기류가 있다. 흔히 말하는 `에프엠(FM)`을 추구한다. 융통성과 창의성을 보다는 원칙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맏형 역할론에 따른 부담 때문일지 몰라도 `상시 셀프감시`가 일상화됐다.
이 같은 FM 부처에서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사건이 불거진 이후 요즘과 같은 시국에서 몸조심해야 한다는 기류가 만들어지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조만간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암행어사 감찰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윤 전 대변인 사건은 점심시간은 물론 저녁 술자리에서도 단연 손꼽히는 안주거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이번 방미의 최대 성과로 이 사건이 꼽힐 정도다. `인사가 만사`라는 야당 정치권의 공세도 강화되고 있다. 물론 국민들의 신뢰는 이전에 비해 추락할 수밖에 없다.
자고 나면 새롭게 불거지는 의혹은 국민적 관심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연이어 터지는 고위 공직자들의 각종 성추문은 박근혜정부의 국정철학을 모든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전파해야 할 안행부에 맏형 역할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권 출범초기 박 대표가 핵심가치로 내건 `창조경제와 정부3.0`, `안전사회 구현 및 부처 칸막이 해소` 등의 정책은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국가 어젠다 실종은 성추문만의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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