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스마트폰 제조 혁명…조직 전체 변화 원동력으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스마트폰 생산공장 무인자동화를 계기로 개발·상품기획·마케팅 등 전 업무에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제조 혁신을 기반으로 조직 전체의 유기적 변화를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먼저 스마트폰 개발 프로세스가 바뀌고 있다. 종전에는 갤럭시S 플래그십 개발팀이 먼저 움직이고, 서브 개발팀이 가동됐다. 그러나 갤럭시S4 개발팀 `프로젝트J`부터 이런 관행이 깨졌다. 대신 내부 개발팀 간 경쟁은 치열해졌다. 프로젝트J도 퀄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기반 JF와 엑시노스 옥타코어 AP 중심 JA로 나뉘어 운영됐다. 당초 JA가 플래그십 개발팀이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엑시노스 발열문제로 JF가 주력 팀으로 부상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관계자는 “서브 모델로 출시된 갤럭시노트가 주력 모델로 올라섰듯이 개발팀의 입지는 얼마든지 뒤바뀔 수 있다”며 “플래그십 모델 개발의 성공 경험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지만, 한 개발팀이 계속 주도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고 말했다.

생산 공정 자동화를 위한 소재·부품 공급망관리(SCM) 변화도 주목된다. 스마트폰 개발 주기가 빨라지면서, 소재·부품 협력사들은 납기를 맞추기 어려워졌다. 까다로운 공정 기술이 적용돼 수율이 떨어진데다 소재·부품 조달량까지 늘어난 탓이다. 삼성전자는 핵심 부품 자체 생산으로 소재·부품 수급난을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자체 생산하는 부품도 기존 방식과 달리 자동화 공정으로 최적화하고 있다. 일례로 카메라모듈은 종전 와이어 본딩 대신 볼 그리드 어레이(BGA) 방식으로 만들었다. BGA 방식이 표면실장(SMT) 자동화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상품기획과 마케팅 부서의 변화도 시도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플래그십 모델을 여러 지역에 동시 출시하는 `글로벌 싱글 론칭` 전략에 주력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면서 지역 특화 모델 개발에도 신경 쓰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빅 데이터 모델을 적용했다. 현지 소비자가 요구하는 기능을 본사로 피드백하면 다음 상품 기획 시 즉각 반영된다.

업계의 한 마케팅 전문가는 “삼성전자가 빅 데이터를 활용하면서 예전에는 변수로 생각지 않았던 부분까지 스마트폰 마케팅에 활용되는 추세”라며 “현재로서는 지역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스펙에 가장 가까운 제품을 내놓는 기업일 것”이라고 말했다.

IT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ISM(Integrated Set Manufacturing)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종합반도체기업(IDM)처럼 세트 조립부터 소재부품 생산까지 직접 아우르는 기업이라는 의미다.

전자공학 전공의 한 대학교수는 “효율성 측면에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보다 앞서가는 경쟁사를 찾기 어렵다”며 “스마트폰을 대체할 만한 성장 동력이 없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로서는 무선사업부에 모든 자원을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오은지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