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포럼]데이터 경제가 이끄는 창조경제

최근 창조경제를 이야기할 때 싸이의 성공이 자주 거론된다. 싸이가 CD를 발매하지 않고도 세계적인 가수가 된 것이 유튜브와 스마트폰, 즉 정보통신기술(ICT)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창조경제포럼]데이터 경제가 이끄는 창조경제

여기서 주목할 것은 사람들이 유튜브를 보면서 아무도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음악을 무료로 감상했는데 어떻게 경제가 활성화되고 싸이의 경제효과가 수천억원이 된다고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공짜로 콘텐츠를 즐기는 대신 자신의 시간을 투자하고, 가끔 `좋아요`라는 의사 표시만 했을 뿐인데 이것이 큰 경제 효과를 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데이터 경제`의 특징이다. 데이터 경제에서는 데이터 자체의 이용료는 매우 저렴하지만 데이터의 활용이 다른 산업 발전의 촉매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데이터 경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산업을 견인한다. 싸이의 노래는 무료로 듣지만 이로 인해 우리나라 스마트폰과 TV 매출이 늘어난다.

고가의 이용료를 받던 콘텐츠 시장은 이미 데이터 경제체제에 흡수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영화, 사진, 음악에 비싼 요금을 지불하지 않는다. 수십 년 전 비디오테이프(VTR)와 DVD가 소개되었을 때 영화가 가정에서도 쉽게 복사되면 극장과 영화 산업이 쇠퇴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영화 산업은 더 성장했다. MP3 보급으로 음악 산업이 도태된다고 했지만 결과는 반대이다. 오히려 가수들의 음악 공연 수입이 증가하고 신인 가수의 발굴이 쉬워져 고객을 더 즐겁게 하고 있다.

지금은 인터넷이 예전 VTR이나 DVD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고 클라우드 이용이 늘어나면서 데이터 경제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빅데이터도 데이터 경제의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다.

그러면 이렇게 데이터의 가치가 점차 저렴해지는 데이터 경제 시대에 대비해 우리가 할 일, 특히 정부가 할 일은 무엇인가? 가장 시급한 것은 다른 나라와 차별화된 `편리한 데이터 접근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앱이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어떤 정보를 얻기 위해서 사람이 직접 주소를 입력하거나 여러 번 클릭하는 절차를 줄여주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얼마나 편리하고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공개하는가가 각 기관이나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트위터, 구글, 유튜브, 플리커, 뉴욕타임즈,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등은 모두 자신들이 보유한 콘텐츠를 무료로 편리하게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통해 접근하게 함으로써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활성화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데이터 공개를 확대하려고 하지만 법과 제도만으로는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데이터 공유는 이용자의 필요에 의해, 창의적인 데이터 활용에 의해 촉발되어야 지속가능한 서비스로 정착할 수 있다. 이는 또한 공개되는 데이터의 품질을 유지하고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역할도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창조경제로 앞서 나가려면 오픈 소스 운동과 같이 오픈 데이터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이를 이용해 다양한 앱이 개발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연구개발 결과로 얻은 과학기술 데이터도 연구실에 묻어둘 것이 아니라 편리하게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생활 편의, 건강, 의료, 복지, 교육 서비스도 달라질 것이다.

정부는 공공 데이터, 민간 데이터, 과학기술 데이터, 소셜 데이터 등을 전문 프로그래머 뿐 아니라 비전문가도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우리나라 특유의 데이터 활용 생태계를 만들어 창조적 데이터 경제 시대를 앞서가야 할 것이다.

김화종 강원대 교수 hjkim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