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미래모임]"스마트폰은 통신사에 동전의 양면…전통사업 붕괴되지만, 새 기회가 왔다"

5월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미래모임)` 연사로 나선 유태열 KT경제경영연구소장은 `스마트혁명과 가상재화`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스마트폰 도입에 따른 커다란 변화와 통신사가 겪고 있는 고초, 새로운 사업 기회 모색을 진솔하게 이야기했다. 다음은 유 소장의 강연 내용이다.

[정보통신 미래모임]"스마트폰은 통신사에 동전의 양면…전통사업 붕괴되지만, 새 기회가 왔다"

2009년 12월 국내 최초로 KT에서 애플 아이폰을 도입했다. 햇수로는 5년째다. 이후 지난 4년간을 돌이켜보면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강남스타일`이 히트를 한 이후 월드스타가 된 싸이를 예로 들어 보자. 기네스북에 네 번 등재됐다. 강남스타일의 동영상 재생 횟수(16억회), 유튜브 최초 조회수 10억(160일), 최다 추천(750만명 이상), 24시간 동안 최다 시청(젠틀맨·3800만회) 등이다.

통신사업자 입장에서 생각해봤다. 브로드밴드가 없었다면 싸이가 나왔을까.

브로드밴드 가입자 세계 분포와 싸이 뮤직비디오 시청자 분포를 비교해보면 유럽 시청자 비중이 가장 높다. 4억5000만명 정도가 가입해 있는데 4억2000만여명이 싸이의 뮤비를 봤다. 한 가입자 1회꼴이다. 북미는 3억8000만여명이 브로드밴드를 쓰고 2억5000만여명이 싸이를 즐겼다.

싸이가 그랬다. “나는 별로 한 게 없다. 동영상을 올렸을 뿐이다.” 정말로 브로드밴드가 세상을 변화시켰다. 5년 전이라면 `올렸어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반대로 만약 5년 후에 나왔다면 지금보다 더 굉장했을 수 있다. 현재 브로드밴드 글로벌 가입자가 22억명이고 그 중 70%(16억회)가 뮤직비디오를 감상했는데 5년 후 브로드밴드 예상가입자 수는 75억명이다. 그 70%는 50억회다.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진다.

산업별 취업 유발효과를 보면 10억원을 투자했을 때 건설업은 16명 정도다. 방송통신은 10명 내외다. 문화산업은 20명 안팎으로 가장 높다. 싸이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직접 효과는 1000억원, 일자리로 하면 2000명이다. 간접효과는 1조원으로 일자리 2만개를 만든다. 미래 경제는 `싸이`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전통경제와 새 경제의 차이를 비교해보면, 전통경제는 자동차나 섬유산업 등 대기업이 `한 방에 질러야` 하는 업종들이다. 반면에 새로운 경제는 투자규모가 적다. 가치방정식은 `네트워크의 제곱`이라고 분석 가능하다. 창조경제는 두 가지가 모여야 한다. 전통경제가 강해지고 새 경제가 더해지는 것이 미래 경제 패러다임이다.

모두에 말했듯이 변화의 출발은 스마트폰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조사한 스마트폰 이용 실태를 보면 특히 쇼핑이나 은행 업무를 외국에 비해 상당히 많은 사람이 사용한다. 그만큼 우리 국민 삶에 밀접하게 결합돼 있다. 우리 연구소가 분석하기로는 우리나라 앱 시장은 올해 1조5000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3배 이상 급성장이 예상된다.

대표적 콘텐츠인 음악산업 역시 스마트폰이 바꿨다. 국내 음악산업 규모는 2001년 이후로 내리막길을 걷다가 2005년부터 다시 급성장 추세다. 전통음반 시장은 줄었지만 온라인음원 시장이 크게 늘면서 성장을 견인했다. 스마트 혁명의 효과다.

KT와 같은 통신사업자 입장에서 이 같은 스마트 혁명이 좋은 줄만 알았다. 하지만 어두운 면이 컸다. 예전에는 판(네트워크)을 깔면 돈을 벌었는데, 이제 돈 버는 사람(기업)이 따로 있다.

KT를 예로 들면 유선전화(PSTN) 매출이 반토막났다. 카카오톡이나 라인, 푹과 같은 OTT(Over-The-Top) 사업자의 등장도 끊이질 않는다. 지난 2011년 5월 카카오톡이 통신 3사의 일일 메시지 발송 건수를 따라잡은 이후 지금은 카톡이 하루 40억건, 통신 3사는 1억2800만건으로 비교할 수도 없이 벌어졌다.

그래서 통신사업자는 다른 길을 가야 한다. 기존 사업은 서서히 무너지지만 망은 무너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망을 기반으로 한 새 동력이 필요하다. KT가 `가상재화`를 꺼내든 이유다.

가상재화는 디지털재화를 확장한 개념이다. 기존 디지털재화의 일반적인 개념은 기프트, 아이템, 아바타 등 1차적인 것이었다. KT는 가상재화의 역사를 새로 써보고자 정의를 다시 내렸다. 네트워크가 만들어내는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유통되는 모든 상품이다.

가상재화의 속성은 일단 무형의 재화고 무한 확장이 가능하다. 제조설비 없이 누구나 사업기회를 잡을 수 있고,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 또 글로벌 시장 확장에 장벽이 존재하지 않으며, 직접 소유하지 않고 온라인상에 보관할 수 있다.

KT는 가상재화 유통기업으로서의 변신을 위한 세 가지 전략을 짰다. 첫 번째는 보다 강력한 네트워크 구축이다. 우리가 가장 잘하는 일이기도 하다. 최근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로 망을 개편하는 작업을 준비 중이다. 두 번째는 가상재화의 무대인 플랫폼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통신사가 아닌 `미디어그룹`으로 변신을 시도한다. 마지막으로 유통 기반 마련과 공동시장 창출을 위한 글로벌 협력이다. 일본·중국 사업자와 진행하는 공동장터 `오아시스`가 대표적 사례다.

얼마 전 미국이 GDP 측정 방식을 바꿨다. 우리 식으로 해석하면 `창조경제`에 맞게 바꾼 셈이다. R&D나 문화산업의 가치를 제대로 측정해 GDP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새 방식으로 460억달러를 추가했다.

창조성, 그것이 만드는 가치가 그 나라의 국력으로 인지되는 것이 세계적 공통현상이다. 스마트 혁명이 가져오는 가치를 잘 구현하면 새로운 GDP, 새로운 국력이 창출될 수 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