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콘텐츠공제조합의 성공조건

국내 콘텐츠 기업의 90% 이상이 종업원 10인 미만의 영세 규모이며 경영 상황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위축, 내수시장 침체, 제조원가 상승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다. 필자가 아는 대부분의 콘텐츠 중소기업 대표들은 경영자금 조달을 개인 자금에 의존하고 있다.

[ET단상]콘텐츠공제조합의 성공조건

이러한 상황에서 콘텐츠공제조합이 설립돼 콘텐츠기업의 제작 초기자금 대여, 신용보증, 이행보증 및 하자보증, 투자 등의 기능을 수행해 준다면 콘텐츠산업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같은 소중한 가치를 가진 콘텐츠공제조합이 성공하기 위해선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문화콘텐츠라이선싱협회 회원사를 대상으로 의견을 모았으니, 콘텐츠업계가 갖고 있는 현실적 고민과 해법이기도 할 것이다.

우선 공제기금 조성에 있어 정부와 대기업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

영세한 콘텐츠기업들의 출연금과 정부의 일회성 기금 지원으로 공제조합을 운영해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사실상 역부족이다. 따라서 공제기금의 안정적 조달을 위해서는 콘텐츠 산업의 최대 수혜자인 제조업분야 대기업들이 상생의 정신을 갖고 기금 조성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정부도 국가재정법상 기금을 설립해 공제기금으로 지속적인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공제조합 운영 시 다양한 콘텐츠 장르의 특성에 맞는 가치평가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을 응답자들은 들었다.

콘텐츠 산업을 이루는 캐릭터, 애니메이션, 게임, 방송, 음악, 만화, 출판 등 다양한 장르들은 제작, 유통, 부가사업 진행 방식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만약 단일 가치평가 모델을 일반화해 적용한다면 모델이 특정 콘텐츠 분야 지원으로 치우칠 우려가 있다.

콘텐츠 장르별 심사평가에 각 해당 장르의 전문가와 오랜 경력자들의 참여도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공제조합이 가진 금융기관의 특성 때문에 금융전문가나 공제조합 전문가 위주로 운영된다면 기존 금융기관의 자금 지원 행태와 평가방식이 답습될 위험성이 높다.

`뽀통령`으로 널리 알려진 캐릭터 뽀로로의 경우, 라이선싱·뮤지컬·테마파크·출판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캐릭터를 이용한 수천가지 상품이 출시돼 지금까지 1조원에 육박하는 상품매출이 발생했다.

그러나 현재의 국내 금융 혹은 기술 평가시스템으로 평가할 경우, 뽀로로의 재산가치 즉 담보가치는 0원으로 매겨지는 것이 웃지 못할 현실이다.

이는 우리나라 금융기관과 보증기관들이 유체물건인 부동산, 동산과 기술기반에 근거한 특허, 실용신안 등의 가치만을 인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세계시장은 이미 무형재산, 즉 창작재산에 대한 가치를 크게 인정하는 창조경제의 시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금융 및 보증기관이 구시대적 가치평가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는 콘텐츠 산업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공제조합은 대기업과 정부의 기금 참여, 제대로 된 가치평가 모델의 개발, 해당 장르 전문가 및 경력자들의 심사참여 등의 환경이 조성된다면 중소 콘텐츠기업들을 육성·발전시키고 이들이 다시 기금을 출연해 공제조합이 활성화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나아가 전문 인력 양성, 일자리 창출 등 콘텐츠업계를 위해 너무도 많을 일을 할 수 있는 제도다.

콘텐츠공제조합이 진정으로 콘텐츠 산업계를 위한, 콘텐츠 산업계가 중심이 되는 조합으로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조태봉 한국문화콘텐츠라이선싱협회 회장 tbc122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