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의 강자 퀄컴과 대만 미디어텍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미디어텍은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았지만, 퀄컴은 수익성 하락에 냉가슴을 앓고 있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양사의 승부가 어떻게 판가름날지 관심이 집중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올해 3분기(4~6월) 매출 목표를 6조7000억원으로 잡았다.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수치다. 중국을 중심으로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올해 연간 목표치도 당초 26조원에서 27조원으로 늘려 잡았다.
그러나 매출 성장에 비해 수익성 전망은 밝지 않다. 대만 미디어텍과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는 탓이다. 중저가 제품 비중 확대로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ASP)이 낮아지면서 퀄컴 로열티 매출 성장도 둔화되고 있다. 세계 스마트폰 ASP는 올 초 226달러에서 현재 216달러로 내렸다. 퀄컴은 스마트폰 ASP 기준으로 로열티를 받고 있다.
지난 2분기(1~3월) 기준 퀄컴의 로열티 사업부 매출 비중은 34%에 불과하지만, 전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대하다. 로열티 사업부 영업이익률이 무려 94% 수준이기 때문이다.
미디어텍은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퀄컴을 몰아붙이며 빠른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지난 1분기 미디어텍은 매출 8843억원, 영업이익 114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3%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무려 62% 성장했다. 1분기가 스마트폰 시장 비수기임을 감안하면 무서운 성장세다.
미디어텍은 지난 2010년 싱글코어 AP 개발에 성공하면서 뒤늦게 스마트폰 시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지난해 2분기 듀얼코어 AP를 개발한 데 이어 4분기에는 쿼드코어 AP도 자체 기술로 만들었다. 최근 중국에 1000여명의 지원인력을 배치하면서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
미디어텍은 지난 1997년 대만 2위 파운드리 기업 UMC에서 분사했지만, 지난 5월 시가총액은 UMC의 세 배 이상 수준을 기록했다. 미디어텍은 2분기 매출 성장률 목표치를 30%로 잡았다. 듀얼코어 AP, 쿼드코어 AP 등 고부가 제품 판매 비중이 늘어난 데 따른 자신감이다. 1분기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쿼드코어 AP 매출 비중은 2분기 20%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미디어텍이 굉장히 유리한 경쟁 구도를 끌고가고 있다”며 “퀄컴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고안하지 못한다면 고수익 사업 구조를 어느 정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베이스밴드칩 업체 순위
*자료 : IDC
세계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베이스밴드(BB) 통합칩 업체 순위
*자료 : IDC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