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여 간 구축해온 국제특허분쟁 대응사업이 위기에 처했다. 해당 사업 예산으로 활용되던 정보통신진흥기금 관할 부처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된 데 따른 현상이다. 기존 사업진행 부처는 예산 부재, 신규 부처는 자신의 부처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 구상에 자칫 10여년이 노하우가 사장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전자·IT업계 국제특허분쟁이 날로 증가하는 가운데 자칫 지원업무 공백으로 인한 국내 산업계 피해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다.
21일 전자전기·IT 등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시스템이 잘 구축돼 움직이던 선진기술특허대응시스템 사업이 자칫 중심을 잃고 흔들릴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진행하던 사업이 예산 확보의 어려움으로 사업 진행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해당 사업은 지난 2004년 경제장관간담회에서 재경부, 과기부, 산자부, 정통부 및 특허청이 국제 특허분쟁에 공동 대응키로 하고 과제별로 소관부처를 지정, 운영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산자부는 디지털전자 특허지원센터 및 업계공동대응체계 구축, 특허청은 해외 `지재권 보호센터` 역할 강화, 과기부는 기초연구 투자확대를 통한 원천기술 특허확보와 같은 사업을 하기로 했다.
이 중 산자부 사업은 2004년부터 정책예산(일반)을 반영해 2008년까지 운영됐다. 그러나 정부 조직개편으로 2009년 정보통신산업 진흥기능이 지경부로 이관되면서 정진기금을 활용해 왔다. 하지만 다시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뤄진 정부조직개편으로 다시 정진기금 관할이 다시 미래창조과학부로 변경됐다. 관련 사업 예산이 사라진 셈이다.
특히 미래부가 최근 유사 사업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존 사업 연속성 문제는 물론 부처 간 업무 중복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 10년 간 해당 사업을 통해 전자전기·IT 및 융합분야 품목별 120여개의 특허대응협의체 구성 및 운영, 특허분쟁예보시스템 구축, 주요국별 분쟁대응 매뉴얼 보급 등의 사업이 진행됐다. 전기전자업체 관계자는 “국제특허소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에서의 국내기업 특허소송이 50% 이상씩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예산문제로 기존 시스템이 흔들리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특허가 통상마찰의 가장 큰 무기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꾸준한 대응과 지속적인 투자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특허분쟁 지원의 경우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 기업비밀 유지 등이 중요한 만큼 부처 간 협력을 통해 더 확고한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허협의체 구성과 특허분쟁 정보서비스 활용 인원은 연도별 누적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