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정부, 학계, 산업계에서 활동 중인 한인 공학인들이 대한민국 창조경제에 훈수를 뒀다. 미 항공우주국(NASA) 내 유일한 동양인 간부 신재원 국장보, 삼성종합기술원 출신으로 영국 옥스퍼드대 첫 한국인 공채 정교수로 임용된 김종민 교수, 모토로라를 거쳐 프리스케일의 지식재산(IP)을 총괄하는 박창해 부사장이다.
이들은 21일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주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한국산업기술진흥원 공동 주관으로 열린 `K-테크 글로벌 R&D포럼` 참석차 방한했다. 전자신문은 행사 전날인 20일 늦은 오후 이들과 릴레이 인터뷰를 가졌다.
◇“문 열고 융합하라”
신재원 국장보는 20여명이 모이는 NASA 수뇌부 회의에 참석하는 유일한 동양인이다. 그는 한국에서 대학을 나와 미국에서 박사를 마친 후 1989년 NASA에 연구원으로 들어갔다. 24년이 지난 지금은 NASA 4개 부문 중 하나인 항공연구부를 책임지고 있다. NASA 전체에서 직급상 서열로는 세 번째다.
신 국장보는 `할 수 있다(can do)`로 요약되는 도전정신을 한국의 장점으로, 기초·원천 기술이 부족한 점을 약점으로 꼽았다. 그가 바라보는 우리나라는 지금 상당히 미묘한 위치에 놓여 있다.
신 국장보는 “한국이 첨단 기술 강국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상은 기초·원천 기술이 약하다”며 “대학생이 글을 읽지 못한다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문호를 열고 연구개발(R&D) 에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제안했다. 해외 우수 인력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뜻이다. 그는 “앞으로의 산업 발전은 칸막이를 허물고 융합해야 가능하다”며 “해외 고급 두뇌가 들어와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과학·응용 삼박자 갖춰라”
김종민 교수는 삼성종기원에서 근무하며 지난 2002년 미국 D&A하이테크인포메이션 선정 나노기술리더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2003년엔 삼성 그룹 펠로 11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된 인물이다.
유럽 유학 중인 아들과 함께 하기 위해 지난해 초 50 대 1 수준의 경쟁률을 뚫고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옥스퍼드대 정교수가 됐다. 스타트펀드, 조교수, 박사급 인력 등 15억원 규모의 선지원을 받았다.
김 교수는 한국이 나노융합 분야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지녔다고 평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에너지·바이오산업에 없어선 안 될 나노 기술을 갖췄으니 이를 창조경제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전체적으로는 교육, 과학, 응용 삼박자를 갖춰야 한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영국에서 배울 점은 학생들이 스스로 답을 찾는 교육시스템”이라며 “이것이 기초과학, 응용 분야와 어우러지면 시너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단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응용 분야를 강화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교육과 기초과학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IP를 `창`과 `방패`로”
프리스케일의 IP 업무를 총괄하는 박 부사장은 “IP는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가는 핵심 요소로 창조경제와 굉장히 잘 맞는 아이템”이라며 “정부가 IP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부사장은 IP를 `창`인 동시에 `방패`로 비유했다. 그는 “IP를 공격적으로 운영하면 이것만으로도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브레인 파워`가 강한 한국에 IP는 중요한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IP를 소홀히 하면 핵심 기술과 제품을 먼저 개발하고도 정작 실익은 다른 나라에 뺏길 수 있다”며 IP의 방패 기능에도 주목할 것을 당부했다.
박 부사장은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1993년 프리스케일의 전신인 모토로라 반도체 부문에 입사했다. 엔지니어로 출발해 생산, 품질관리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후 2005년부터 IP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과장급 시절 연구소와 제조라인 간에 반복된 오류 문제를 넉 장짜리 발표 자료로 해결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당시 반대 의견을 낸 측은 50장에 달하는 자료를 내놨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