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늘 조바심에 시달려야 하는 전력난

이번 주 30도를 웃도는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보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전력거래소 등 전력 당국이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울진 4호기가 고장으로 멈춰 있고 월성 1호기는 수명연장을 위해 대기 중이다. 여기에 실제 가동이 불투명한 설비가 3기에 이르러 전력수급을 안심할 수 없다. 특히 지금은 본격적인 여름철 피크를 대비해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가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간 상황이다. 전력설비용량은 8200만㎾에 이르지만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간 발전소와 멈춰서 있는 원전 등을 감안하면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은 6517만㎾에 불과하다. 올해는 무더위가 예년에 비해 일찍 찾아온 까닭에 여름·겨울마다 반복하는 비상체제가 일찍 가동됐다.

21일 오전 한 때 전력부하가 6000만㎾에 육박하며 전력수급 경보 `준비(예비전력 400만㎾ 이상 500만㎾ 이하)`에 들어갈 뻔 했다. 다행히 전력수급 경보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23일과 24일에는 최고 기온이 30도를 웃돌 것으로 예상돼 전력 사용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전력 사용이 늘어나도 전력공급을 늘릴 수 없다는 점이다. 수요관리나 민간 자가발전기를 가동하는 등 인위적인 조치를 하지 않으면 예비전력은 240만㎾ 수준으로 하락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전력수급 경보 `주의(예비전력 200만㎾ 이상 300만㎾ 이하)`가 발령되며 정부 등 공공기관은 강제 단전을 하고 에너지 소비가 많은 산업체도 긴급 절전에 들어가야 한다. 수요관리 등으로 예비전력을 450만㎾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겠지만 발전기 고장 같은 변수가 발생하면 전압조정이나 강제단전 등 비상조치를 해야 한다.

전력공급능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수요관리를 하면 얼마간은 안정적인 예비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수요관리에는 적지 않은 비용부담이 따른다. 대형 발전소 건설비용에 댈 바는 아니지만 매년 되풀이하는 수요관리로 날아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대형 발전소가 가동하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전력공급 사정이 나아질 거라고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의 전력난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산업계도 생산 공정에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한 상황이어서 더 이상의 에너지 절약이 쉽지 않다. 방법은 한 가지다. 힘들겠지만 냉방시간을 줄이고 참아 내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