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사업을 한 번 실패하면 재기하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업 실패는 신용불량으로 이어지고 일가친척은 물론이고 보증 선 사람까지 잡는다. 사업을 한 번 실패하면 본인 명의의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시 사업을 시작할 때 배우자나 자녀 명의를 빌릴 수밖에 없었다.
10여 년 전 벤처붐이 가라앉으면서 능력 있는 사업실패자가 양산됐다. 재기를 하려해도 사업실패자는 사회적 죄인이라는 낙인이 찍혀 운신하기 힘들었다. 각계에서 벤처 패자부활제(벤처기업 경영재기지원제도)를 건의했고 2005년 정부가 본격 시행했다. 도덕적 해이가 없는 정직한 실패에 한해 신규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실패한 기업인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는 제도다. 실패한 벤처인의 기술과 경험 등 사회적 자산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좋은 제도지만 심사과정이 까다롭고 요건이 엄격해 실효성이 낮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정부는 창조경제의 해법으로 청년 창업을 강조한다. 하지만 창업기업이 성공할 확률은 10% 미만이다. 창업이 늘어날수록 실패 기업도 증가한다는 공식이 성립된다. 그렇다고 사업에 실패한 기업인을 사회에서 매장되게 해서는 안 된다. 실패를 하더라도 후유증을 최소화해 실패 경험을 바탕으로 재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패자부활에 성공한 기업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있다. 대부분 미국 등에서 실전 경험을 쌓아 국내에서 창업했다가 실패를 맛 본 기업이다. 재기하기 쉽지 않았지만 모두 실패한 경험이 약이 됐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기업가의 평균 창업 횟수는 2.8회에 이른다. 처음부터 사업에 성공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다. 빌 게이츠가 실패 기업에 몸담았던 사람을 임원으로 채용하는 이유는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부도 벤처 패자부활제를 개선한다고 한다. 하반기면 창업 실패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패자부활제가 나올 것 같다. 최근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도산한 중소벤처기업 연대보증 채무를 최대 70%까지 감면해주기로 했다. 재도전기업 전용자금도 확대한다. 공은 벤처에 넘어왔다.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고 소중한 실패 경험에서 창업 성공 사례가 더 많이 나와야 패자부활 문화가 정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