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쑤는 PC 업계에서 레노버만 잘 나간다…올해 전망도 장밋빛

레노버가 침체된 PC 시장에서 홀로 파죽지세를 이어간다. HP와 델이 PC 산업 침체로 고전하는 가운데 문어발처럼 확장한 공급망이 저력을 발휘했다.

23일 로이터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레노버의 올해 첫 분기 순익이 50% 이상 올라 최근 1~2년 중 가장 높은 순익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레노버의 지난 3월 끝나는 회계연도 4분기 순익이 1억200만달러(약 1144억원)에 달해 전년보다 52% 올랐다고 내다봤다. 로이터는 더 높은 1억1000만달러(약 1233억원)를 예상했다. 로이터는 “델과 HP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동안 레노버의 순익은 지난 몇 년간 급증했다”며 “1분기 HP의 순익은 전년보다 16%, 델은 79.5% 떨어졌다”고 비교했다.

세계 PC 출하가 14% 줄어 1994년 이래 사상 최악을 기록한 1분기에 레노버 홀로 승승장구한 셈이다. HP, 델, 에이서, 에이수스텍 등은 점유율이 11~33% 줄었다. 레노버의 점유율은 1위 HP와 불과 0.4% 차이로 좁혀졌다. HP 출하량은 23%, 델은 10% 감소했다.

올해 순익 전망도 장밋빛이다. 로이터는 31명 애널리스트 분석을 종합해 올해 레노버가 6억1820만달러(약 6941억원) 순익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4억7299만달러(약 5310억원) 보다 30% 오른 금액이다.

외신은 레노버 경쟁력이 해외에서 펼친 공격적인 인수활동에서 나왔다고 분석했다. 유통망을 갖춘 현지 제조사를 사들이거나 손잡아 160여개 국가에 거미줄같은 대리점을 늘려 내수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중반 세계 각국 직영 매장이 1만5000개를 돌파한 데 이어 올해 2만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워런로 메이뱅크 애널리스트는 “브라질, 유럽, 일본 등지 서로 다른 지역에서 많은 기업을 사들였고 이들이 레노버의 유통망을 개선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인수한 브라질 전자제품 기업 CCE를 비롯해 일본의 NEC와 합작사 `레노버 NEC 홀딩스`를 설립한 것이 대표적이다. 2011년 독일 최대 PC기업 메디온을 인수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레노버는 일본 시장 점유율을 30% 가깝게 끌어올렸다.

세계 최대 PC 시장으로 올라선 중국에서도 이 전략은 주효했다. 대도시에 집중한 해외 대기업과 달리 레노버는 지방 중소 도시까지 침투했다. 소비자 반경 30㎞ 내에 최소 1개 이상 매장을 낸다는 전략으로 농촌 마을까지 직영 매장을 운영하며 저가 노트북을 판다.

농촌 PC 구매 인구 3명 중 2명은 레노버 노트북을 사면서 올초 중국 시장 전체 점유율은 40%까지 치솟았다. 켄휘 제퍼리스 애널리스트는 “우리는 레노버가 `배고팠을 때`처럼 인수를 계속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레노버의 1분기 순익 전망치

죽 쑤는 PC 업계에서 레노버만 잘 나간다…올해 전망도 장밋빛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