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통사, 고객정보 제3자 판매 `논란`

버라이즌과 AT&T 등 미국 주요 이동통신사가 고객 정보를 제3자에게 판매하고 이를 `합법`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왔다.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3일 지적했다.

이통사들은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가입자 위치나 여행정보, 웹 서핑 습관 등의 다양한 고객 정보를 수집해 쇼핑몰이나 경기장, 광고간판업체 등 마케팅 업자들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통사들은 해당 데이터가 민감한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휴대폰 사업이 성숙 단계에 들어갔기 때문에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이 분야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이통사들은 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파는 것이 아니라 식별이 불가능한 정보를 집단으로 묶어 마케팅에 참고 용도로만 제공하고 있어 개인정보 침해 우려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업은 지난 2011년 승인된 법규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며, 고객들에게 수집된 정보로 수익사업을 할 수도 있음을 이미 고지했다는 설명이다.

시민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의 프라이버시 전문가 크리스 소크호이언은 “이통사가 고객 데이터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되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보다 정확한 고객정보를 얻으려고 혈안이 될 것”이라며 “수집되는 정보의 범위는 갈수록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정보가 비즈니스로만 이용되는 게 아니라 사법당국이 요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통사들은 마케팅 업체에 제공되는 정보는 이미 얼마든지 무료로 수집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며, 사법당국에 전달할 때는 법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주 독일 소프트웨어 업체인 SAP가 관련 데이터 중개 사업을 시작하는 등 유럽의 일부 모바일 네트워크 운영자들이 유사한 사업에 진출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영국의 EE와 독일의 도이치텔레콤 등 주요 국가 이통사 역시 이 사업의 흐름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어서 고객 개인정보 판매 논란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