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도대체 지도가 뭐기에?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노키아 공통점은 무엇일까. 세계시장을 이끄는 IT기업으로 지도도 제작한다. 지도가 뭐기에 이들이 경쟁적으로 제작할까.

지도 가치는 네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첫째, 지도는 `훌륭한 콘텐츠`다. 우리는 지도와 관계된 정보를 매일 소비한다. 스마트폰 열풍 초기 가장 인기 있던 애플리케이션은 다음·네이버지도, 서울교통상황, 버스·지하철, 서울맛집 등이다.

[ET단상]도대체 지도가 뭐기에?

통신을 위협할만한 수준의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20~30대 사용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더불어 위치기반서비스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 세계 최고 IT기업이 지도구축 경쟁에 뛰어든 이유를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둘째, 지도의 가치를 정보관리 측면에서 표현한 개념이 `정보의 공간화`다. 현실정보에 위치정보를 붙여 관리하는 개념이다.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필요한 정보에 선택적으로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미래의 부를 결정할 한 가지 척도로 보았다. 당연히 나와 가까이 위치한 정보가 내게는 더 가치 있으며, `나와 관계있는 장소` 또는 `관심 있는 장소`에 해당하는 정보가 더 중요할 것이다. 이와 같이 정보가치의 공간적 상대성은 미래 정보산업의 핵심 고려사항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할 핵심 인프라가 바로 지도다.

셋째, 지도의 실질적인 비스니스 가치는 `미래 광고시장의 기반`이다. 첨단 IT가 가져올 편리하고, 안전하고, 지능화된 생활공간을 기대한다. 이런 미래사회를 도래하게 할 추진력은 어디서 나올까. 다음 질문부터 답해보자. 일반 사용자가 구글, 다음 등에 사용료를 지불하는가. 아니다. 과거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확보했을 정보의 대부분을 요즘에는 간단한 인터넷 검색으로 비용 없이 즉각 얻을 수 있다. 인터넷 시대에 새로이 등장한 `온라인 광고` 덕분이다.

미래 유비쿼터스 서비스의 구현을 위해서도 새로운 광고시장의 출현은 필수 불가결하다. 기존 PC에서 보기 어려운 사용자 맞춤형 광고가 그 해답일 것이다. 실내·외를 아우르는 3차원 지도의 구축, 1m 수준의 정확도를 갖는 위치측정기술, 그리고 정보의 공간화가 구현될 때 새로운 차원의 위치기반 맞춤형 광고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처절한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1달러도 목적 없는 투자는 없다. 세계적 IT기업이 다가올 유비쿼터스 시대의 승자가 되기 위해 핵심역량에 칼을 대고, 막대한 자본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 감춰진 이면에 `지도`에 기반을 둔 새로운 광고시장이 위치한다.

넷째, 지도는 인간과 로봇의 소통의 창 `인터페이스`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10년 후에는 로봇이 인간을 위해 서비스하는 꿈이 현실화될 것이다. 다양한 로봇에게 공간을 인식시키고, 인간의 명령체계를 이해하고 수행하는데 지도는 핵심 인터페이스 역할을 한다. 다양한 브랜드의 로봇이 어떤 표준화된 3차원 지도로 인간 명령을 이해하고 수행한다면, 로봇시장의 새로운 강자는 인간, 로봇, 서비스 공간을 아우르는 인터페이스로 표준화된 지도를 장악한 기업이 될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공간정보산업으로 세계시장을 선점하고 젊은이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국가 공간〃교통정보를 민간에게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강자가 득실대는 세계시장 선점은 비현실적이며, 공간〃교통정보 공개는 이미 새로운 게 아니다. 지도를 매개로 `창조경제`를 구현하고 싶은가. 핵심은 지도와 관계된 행정정보를 민간이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가에 있다. 행정정보의 대부분을 민간이 활용할 수 있도록 매개하고 익명화하는 `국가행정정보유통공사`와 같은 조직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장선점과 새로운 일자리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허준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jheo@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