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노베이션 DNA]IBM의 초대형 브레인 스토밍 `이노베이션 잼`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은 불변의 진리다. 아이디어를 모을 때 집단지성은 상상하지 못했던 성과를 낸다. 머리를 맞대는 사람이 많을수록 효과는 더 커진다. 임직원과 고객을 아우르는 거대한 집단지성으로 혁신을 일궈낸 사례가 있다. 바로 초대형 브레인스토밍인 IBM `이노베이션 잼`이다.

[글로벌 이노베이션 DNA]IBM의 초대형 브레인 스토밍 `이노베이션 잼`

한국IBM 직원들이 지난 2008년 열린 이노베이션 잼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IBM 직원들이 지난 2008년 열린 이노베이션 잼에 참여하고 있다

◇40만명 참여하는 집단지성 플랫폼

이노베이션 잼은 하나의 주제를 놓고 IBM 직원, 가족, 고객, 협력사, 업계 인사가 벌이는 세계 최대 온라인 토론이다. 3~4일 동안 이어지는 집단지성 활동이다. 경우에 따라 참여 인원이 40만명에 이른다.

IBM은 10여년간 진행한 이노베이션 잼에서 다수의 신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했다. 특히 2006년 진행된 잼에서 발굴한 아이디어들은 IBM의 신성장 동력인 `스마터 플래닛`의 근간이 됐다.

이노베이션 잼은 지난 2001년 처음 시작됐다. 한 사람이 연주를 시작하면 도중에 흥이 내키는 대로 다른 사람이 뛰어 들어가 다른 악기로 협주하는 연주방식 `잼`에서 유래했다. IBM은 신선한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효율적인 업무 방식을 논의하고자 내부 게시판을 중심으로 온라인 토론을 시작했다.

실험적으로 도입한 이노베이션 잼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처음 열린 잼에는 5만2000개 아이디어가 나왔다. 결과가 성공적이자 IBM은 이슈나 직군별로 월드 잼, 밸류 잼, 매니저 잼, 컨설턴트 잼 같은 다양한 주제 토론을 진행했다.

◇절차 세분화해 신사업으로 연결

아이디어를 모으기만 한다고 해서 혁신이 이뤄지진 않는다. 막연한 아이디어를 신사업으로 구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노베이션 잼은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으로 구현하기 위해 여러 단계로 추진한다.

목표 세우기에 이어 토의 주제와 카테고리 정하기, 웹사이트 구축을 진행한다. 대상 참여자는 아이디를 발급받아 1단계 잼에 참여한다. 내부 전문가가 1차 아이디어를 선정하면 2단계 잼을 거쳐 아이디어를 구체화한다. 선정된 아이디어가 IBM에 가져다 줄 효과, 구체화 방안, 시장 성장 전망을 추린다. 이를 다시 검토해 신사업을 제안한다. 아주 잠깐 인기를 끈 몇 가지 아이디어가 대화의 중심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잼 플랫폼은 이런 주제를 걸러내고 가장 뜨겁고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주제를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2006년 진행된 이노베이션 잼은 대표적 혁신 사례로 꼽힌다. 임직원 15만명이 참여해 사흘씩 두 과정으로 펼쳐졌다. IBM은 2006년 이노베이션 잼에서 지능형 건강관리 지불시스템, 3D 인터넷, 지점 없는 은행, 통합 대중교통 정보시스템을 비롯한 신사업 10개를 창출했다. IBM은 이 중 5개 아이디어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신규 매출 10억달러(약 11조원)를 올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빅 그린` 이노베이션이다. 친환경 사업을 위한 사업 부서를 별도로 출범시켰을 정도로 IBM은 친환경 사업에 집중한다. 이노베이션 잼으로 발굴한 수자원 관리와 나노 기술을 이용한 수처리 필터, 효율적 태양광 발전시스템 아이디어를 빅 그린 사업에 접목했다.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를 절감하는 다양한 사업이 진행 중이다.

또 다른 사례는 `비즈니스 엔진`이다. 웹 2.0 서비스를 위한 소프트웨어와 블레이드 서버로 구성된 `비즈니스 엔진`은 중소기업도 대기업처럼 자사에 최적화된 응용 프로그램을 활용하도록 해준다. 이미 육성 단계를 마치고 IBM 소프트웨어&비즈니스 사업부가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제공한다.

◇다른 기업으로 확대되는 잼

대형 이노베이션 잼은 2~3년 주기로 열리지만 주제와 사업부별 소규모 잼은 지금 이 시간에도 열린다. 내부 혁신뿐만 아니라 고객사 혁신에도 이노베이션 잼을 사용한다. IBM은 잼 플랫폼과 노하우, 사후 보고서를 제공한다.

미국 제조 사업의 도전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150개 제조사 임직원이 참여해 열린 `오토모티브 서플라이어 잼`, 세계 40개국 노키아 직원이 새로운 전략을 논의했던 `노키아 웨이 잼`이 대표적이다.

이노베이션 잼의 성공 요인은 `동기부여`에 있다. 단순히 아이디어 하나를 제시하면 끝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하나의 신규 비즈니스로 발전해가는 과정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마이 잼` 기능으로 자신이 제시한 아이디어와 댓글을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 관심 있는 글과 참석자를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책갈피 기능도 제공한다.

무엇보다 `함께하는 혁신`이라는 점이 사람들을 잼 플랫폼으로 불러 모은다. 본인과 동료가 제시한 아이디어에 실시간 댓글이 붙어 하나의 사업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즐거운 경험이다. 국가와 지역, 업무를 떠나 `회사`와 `고객`으로만 만나던 사람들이 공통 이슈를 논의하면서 진정한 협업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IBM 측은 “이노베이션 잼은 글로벌 네트워크 시대 새로운 지식경영의 대표적 사례”라며 “잼에서 나온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사회와 세계 발전에 큰 가치를 제공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IBM이 2006년 이노베이션 잼을 통해 발굴한 신사업 10개

자료:IBM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