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기존 리튬이온전지보다 3배 높은 에너지 저장 능력을 증가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지금까지 금속에서만 가능했던 다공성 나노입자를 금속 산화물에서도 구현해 전기 자동차·고효율 태양전지·광촉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현택환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장은 “태양전지처럼 에너지 장치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산화물 나노 입자의 갈바닉 부식 작용 기전`을 규명했다”고 23일 밝혔다. 갈바닉 교환 반응은 금속이 부식되는 현상 중 하나다. 금속 나노입자 가운데 공간을 만들어 촉매 활성에 사용하거나 약물을 담아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난 2002년 미국 워싱턴 대학 연구진이 처음으로 갈바닉 교환 현상으로 은 나노입자를 금 나노입자로 변환시킨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은을 금으로 둔갑시키는 이 기술은 현대판 연금술로 불린다. 현 단장은 지금까지 금속 물질에만 가능했던 갈바닉 교환 가능을 금속 산화물에도 적용시켰다.
연구단은 금속 갈바닉 부식 원리를 반대로 적용해 산화망간 나노입자와 철 과염소산염 수용액 반응으로 산화철·산화망간 이종접한 구조인 박스형태 나노입자를 생성시켰다. 이후 철 과염소산염 농도를 증가시켜 속이 텅 빈 새장 형태 산화철 나노입자(다공성 나노입자)로 변화시켰다.
속이 빈 나노 구조는 더 많은 저장 공간을 확보하고 공간을 통해 물질 이동을 원활하게 한다. 연구단은 리튬이온전지 실험으로 획기적으로 증가된 에너지 저장 능력을 입증했다. 산화철·산화망간 이종접한 나노구조를 리튬이온전지 음극으로 사용했을 때 흑연 음극보다 최대 3배 높은 용량을 보였다. 많은 충·방전 후에도 성능저하(0.5% 미만)가 거의 없었다.
현 단장은 “망간과 철 산화물 나노입자 뿐 아니라 코발트와 주석 산화물, 망간과 주석 산화물 등 다금속과 다공성 금속 산화물 나노입자 제조에 광범하게 적용할 수 있다”며 “대량 생산도 가능해 의약품과 MRI 조영제 등 생의학 분야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24일 본지에 게재됐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