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가 세상을 바꿔 놓았다. 단말기 인터페이스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스마트폰은 자판으로 입력하던 구닥다리에서 터치로 모든 기능이 가능한 만능폰으로 변신했다. 그만큼 조작도 편해지고 간편해졌다. 한국터치스크린은 국내에서 터치 기술을 제일 먼저 개발한 업체다. 신용억 대표(60)는 “회사 연혁이 바로 국내 터치 패널 역사”라며 “국내 보다 해외에서 먼저 품질을 인증할 정도로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한국터치스크린은 2000년 창업했다. 당시 터치 인터페이스는 신기한 기술의 하나였을 뿐이다. 터치형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까지 주목도 못 받았고 시장도 열리지 않아 힘든 시절을 보냈다. 한국터치스크린은 10년 넘는 세월동안 꿋꿋하게 터치 한 우물만 고집해 시장을 선점하는 데 성공했다. 신 대표는 “기술력 뿐 아니라 제품 라인업 면에서는 국내에 따라올 업체가 없다”고 강조했다.
“스크린에서 모니터, 필기 전용 모니터, 휴대폰용 윈도 등 터치로 가능한 모든 기술을 확보했습니다. 이 가운데 최근 산업계에서 관심이 높은 윈도 터치 방식 제조 기술은 국내에서 유일합니다.” 2인치 소형 제품에서 중형, 21인치 터치 스크린까지 개발과 양산 체제를 갖췄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터치 스크린 최신 기술의 하나인 버튼 방식 터치 패널 양산도 진행하고 있다. 앞선 기술력과 생산 능력 덕분에 파나소닉· JVC· 샤프 등을 주요 거래선으로 두고 있다.
터치 기술은 크게 정전식과 감압식이 경합을 벌인다. 쉽게 말해 정전식은 몸에 있는 정전기로, 감압식은 압력을 이용해 터치하는 방식이다. “언뜻 정전식이 대세로 굳어지는 듯하지만 두 방식은 각기 장단점이 있습니다. 정전식은 그냥 손가락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쉽게 조작이 가능합니다. 애플 제품이 대표적입니다. 스크롤 자체가 부드럽고, 화면 조작에 오작동이 적습니다. 반대로 장갑 등을 끼면 조작이 안된다는 점이 단점입니다.”
신 대표는 “다른 방식인 감압식은 제조업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식인데 말 그대로 압력을 인지해 터치 효과를 내는 방식”이라며 “물리적인 힘으로 제어해 오작동 확률이 거의 없고 어떤 재질로도 터치가 가능하며 가격이 싸다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압력을 줘 터치해 흠집이 불가피하고 화면 움직임이 정전식보다는 약간 둔한 게 약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제품 특성에 따라 두 방식이 공존하면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신 대표는 국내 통신 분야의 산 증인이다. 79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벨기에 BTM사와 공동으로 국설 전자교환기를 개발해 통신 인프라 현대화에 기여했다. 삼성 무선사업부 당시 국내 첫 1세대 북미 방식 휴대폰을 선보인 주역이다. 이어 경쟁사인 LG전자로 영입돼 GSM연구소를 거쳐 모바일(MC)사업부 유럽연구소장을 거쳤다. 한국터치스크린 대표를 맡기 전에는 LG경영 자문을 거치면서 4세대용 단말기 사업에도 몸을 담았다. 삼성·LG를 두루 거치면서 1세대에서 2, 3세대 휴대폰을 사업화한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70년대 후반, 80년대 초만해도 네트워크 시장은 불모지였습니다. 지금은 초고속 네트워크를 자랑하지만 당시는 거의 맨 땅에서 시작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다행히 당시 고생했던 주역이 통신강국을 만드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신 대표는 “터치 스크린은 제품 특성으로 `다품종 소량생산`이 주력이고 선행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회사의 축적된 기술력과 통신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을 결합해 세계 시장에서 터치 패널 분야의 강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