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을 경영하여 초려삼간 지어내니/나 한 간(間) 달 한 간(間)에 청풍 한 간(間) 맡겨두고/ 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둘러 두고 보리라.` 면앙정가로 유명한 조선 문신 송순은 안빈낙도를 노래했다. 그러나 그의 삶은 다르다. 송순의 재산 상속·분배 문서에는 8명의 자손에게 노비 수백 명과 2000석을 나눠 줬다고 적혀 있다. `입`으로는 안빈낙도를 말하면서 실제는 가난과 거리가 먼 `거부(巨富)`의 삶을 살았던 것이다.
2013 디지털케이블쇼가 막을 내렸다. 이슈는 `UHD TV`였다. UHD TV의 핵심 요소는 `디스플레이, 표준, 칩, 콘텐츠`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다. 아무리 좋은 기기와 표준이 마련돼도 콘텐츠가 없으면 진정한 UHD TV 시대를 열수 없기 때문이다. 케이블 업계 는 입을 모아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이를 만드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은 여전히 고충을 토로한다. 스마트 콘텐츠는 제작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제대로 된 평가 툴이 없다. 이런 상황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외면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한 PP업체 대표는 “스마트 콘텐츠의 제약 요소는 콘텐츠 가치 측정과 방법이 부재하다는 점”이라며 “PP가 공 들여서 만든 콘텐츠인데 이 가치를 모른 체 하면 만드는 입장에서 상당히 힘들다”며 콘텐츠 가치를 수용해주는 분위기 조성을 주문했다.
정부가 영세 PP 수신료 지원 정책을 지난 2008년 말에 도입했지만 SO-PP간 `갑을 관계`는 여전하다. 남인천방송은 방송 콘텐츠 사용료를 50∼75% 삭감해 지난 2월 방통위에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케이블 업계는 UHD 방송을 하기에 인프라 등이 가장 유리한 사업자다. 그러나 `콘텐츠 제값주기` 없이는 속빈 강정일 뿐이다. 업계는 입으로만 `UHD`를 외치지 말고 개별 PP의 수신료·제작비용 지원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콘텐츠 경쟁력이 질적으로 높아져야 진정한 의미의 `UHD` 방송이 가능해 질 것이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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