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각을 세운 이후 애플은 삼성전자 부품 의존도를 꾸준히 낮춰왔다.
아이팟 시리즈부터 공급받아온 삼성전자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대만 TSMC로 바꿨고, 올 초 삼성디스플레이와 LCD 거래도 뚝 끊었다. 그러나 애플의 탈 삼성 전략은 1년도 지속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 외 협력사들의 공급 능력에 한계가 있고, 잦은 품질 문제로 완제품 판매에도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올 하반기 출시할 아이패드에 다시 삼성디스플레이 LCD를 탑재하기로 했다. 당초 애플은 개발 단계부터 삼성디스플레이를 배제했지만, 불과 6개월 만에 다시 손을 잡았다.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와 결별하자마다 LCD 품질 및 조달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맥북에어 LCD에 흰 안개(화이트 포그) 현상이 발생해 소비자 불만이 잇따랐고, 일부 협력사는 납기를 맞추지 못해 LCD 공급난을 가중시켰다.
반도체 부품 조달 관계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내년 출시할 아이폰6부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삼성전자 대신 TSMC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TSMC는 애플 AP 공급을 위해 대만 남부에 20나노 공정 12인치 팹을 건설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20나노보다는 14나노 핀펫 공정으로 점프 업 한다는 전략이다. 자사 엑시노스 AP 성능을 끌어올리고, 애플 AP 물량을 다시 가져오기 위한 전략이다.
한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애플은 삼성전자 AP 개발 지원팀을 아직 해체하지 않고 계속 운영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14나노 공정을 조기에 성공한다면 다시 거래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14나노 테스트칩 개발에 성공했으며, 최근 제품 개발 막바지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도 애플과의 거래 재개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