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9년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이 삼성전자 첫 스마트폰 옴니아를 소개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나름 화려하게 꾸며진 단상에 올랐지만, 드문드문 비어 있는 외신 기자석이 눈에 띄었다.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대에 불과한 삼성전자 신제품 발표회에 관심을 기울이는 외신 기자는 거의 없었다. 당시 모든 눈은 애플에 쏠려 있었다. 불과 4년 뒤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지금은 세계 모든 미디어들이 애플보다 삼성전자 신제품 전략에 주목한다. 신종균 사장이 갤럭시S 시리즈 신제품 발표회에서 하는 말 한 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격세지감이다.
최근 삼성전자 갤럭시S4가 출시 한 달 만에 1000만대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갤럭시S3가 1000만대 누적 판매를 기록하는데 50일이 걸렸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삼성전자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데는 애플 아이폰5의 부진 영향도 컸다.
지난 2010년 갤럭시S가 출시된 이래 지난해 말까지 갤럭시S 시리즈 누적 판매량은 1억600만대다. 올해 갤럭시S3 잔여 판매량과 갤럭시S4 판매량을 합하면 총 판매량은 2억대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팀장은 “갤럭시S4는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1억대 판매를 목표로 하는 플래그십 모델”이라며 “처음엔 반신반의하던 해외 애널리스트들도 지금은 대부분 수긍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애플을 크게 따돌린 것에 만족하지 않고 단일 모델 판매량에서도 애플 아이폰을 위협하고 있다.
승승장구하는 삼성전자와 달리 애플의 하락세는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아이폰5를 야심차게 내놨지만, 판매 실적은 저조하다. 아이폰5가 혁신보다는 하드웨어 개선에 집중하면서 애플 마니아조차 외면한 탓이다.
애플 아이폰 시리즈는 출시 이후 3~4분기 동안 꾸준한 판매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아이폰4S부터 이런 흐름이 뚝 끊겼다.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이 단기간에 하드웨어를 개선한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시장을 잠식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하반기 아이폰5S 출시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쉽지 않다`는 다소 박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근 애플 주가가 폭락한 이유다.
애플은 그동안 북미시장에서 단 한 번도 1위를 뺏긴 적이 없다. 북미 시장이 애플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북미와 서유럽을 제외하면 애플이 각 지역 시장에서 차지하는 스마트폰 점유율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올해 1분기 아이폰5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북미 시장에서조차 삼성전자와 격차가 크게 줄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판매량을 합산하면 애플을 앞선다.
신흥 시장도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장악했다. 애플의 현재 시장 전략으로는 파고들 틈이 없다. 애플은 1년에 단일 프리미엄 모델 1개만 출시하는 제품 전략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팀쿡 애플 CEO는 제품 전략 자체를 원점에서 돌리는 초강수를 내놨다. 최근 애플 내외부에서 중저가 아이폰 출시설이 흘러나오는 배경이다.
정규성 NH투자증권 이사는 “애플은 올 하반기 중국 등 신흥 시장을 타깃으로 중저가 아이폰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저가 아이폰이 불러올 제품간 잠식 효과는 애플이 장기적으로 풀어야할 숙제”라고 분석했다.
올해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의 독주가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갤럭시S 시리즈, 하반기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프리미엄 시장에서 공고한 입지를 확보했다. 신흥 시장에서도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구축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경쟁력을 갖췄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디스플레이 등 모든 스마트폰 부품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다. 여기에 마케팅 역량이 더해지면서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상품 기획부터 완제품 출시까지 가장 빠른 회사다. 소비자 취향에 맞춘 신제품을 가장 적기에 내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상승 속도가 꺾이지 않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제2의 제조 혁명으로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 생산 공장 무인 자동화를 추진해 경쟁사를 압도한다는 전략이다. 상품기획·개발 기간이 지금보다 앞당겨질 뿐 아니라 제조 비용도 훨씬 낮아진다. 공장 무인 자동화는 피처폰 시대 때 노키아가 추진했다가 실패한 프로젝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 역량은 전성기 때의 노키아를 훨씬 뛰어넘는다”며 “과거보다 기반 기술도 훨씬 발달했기 때문에 스마트폰 공장 무인 자동화의 성공 가능성은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