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형 '휴대폰 뱅킹'도 임자 만나면 빛본다

나날이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는 와중에도 오래된 기술에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미해 고객층을 넓혀나가는 업체가 있어 주목을 끈다. 초기 휴대폰 시장을 이끌던 텍스트 메시지 기술로 중앙아시아 모바일 뱅킹 시장에 도전하는 `지오페이`가 주인공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지오페이가 단순한 텍스트 메시지 전송 기술을 모바일 뱅킹에 접목해 키르기기스탄에서 호응을 얻는다고 27일 보도했다. 지오페이는 금융 기관 계정이 없는 사람들에게 소액 모바일 뱅킹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은 선불식 휴대폰과 동일한 방식으로 개인 휴대폰 고유 온라인 계좌에 돈을 충전한다. 사용한 만큼 돈을 지불하는 스마트폰 `페이 애즈 유 고`와 같은 방식이다. 이 돈은 개인 휴대폰 번호와 연동돼 다른 휴대폰으로 송금하거나 결제, 구매하는 데 사용된다. 송금은 무료, 현금 인출에는 15% 수수료를 책정했다.

대부분 거래는 10~20달러(약 1만1300원~2만2600원) 사이에서 이뤄진다. 금융 서비스 활용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소액의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적이다. 아직 키르기기스탄 국민 중 상당수가 은행 계좌가 없다는 게 지오페이 측 설명이다.

지오페이는 키르기기스탄 은행 80곳과 계약을 맺었고 2000개 상거래 업체, 4만 명이 이 서비스를 사용한다. 텍스트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과 동일한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점차 사용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남아공 스탠다드뱅크와 방글라데시 더치방글라뱅크가 지오페이 서비스를 벤치마킹한 휴대폰 뱅킹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더 단순한 인터페이스가 더 많은 사람들 끌어들인다`가 지오페이의 비즈니스 철학이다. 오래된 기술일수록 단순하며 이미 검증을 마쳤기 때문에 안정성도 높다는 설명이다.

신 키더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와 달리 텍스트 메시지로 모든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가장 단순한 휴대폰으로도 뱅킹 서비스가 가능하다”며 “모든 사람들에게 진정한 `모바일 지갑`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오페이는 은행 계좌 활용도가 낮은 국가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한다. 세계은행(IBRD)에 따르면 키르기기스탄뿐만 아니라 카자흐스탄, 러시아, 심지어 미국도 성인 20% 가량이 은행 계좌가 없는 실정이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