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전라도 해남에서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김모 사장은 운용자금 보증을 받기 위해 보증기관에 신청했다. 하지만 1억원 보증을 받기 위해 광주에 사무소가 있는 보증기관을 오고간 것만 수차례라고 회고했다. 현장 심사부터 빠진 서류 등록까지 오프라인 지점이 아니면 이용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런 번거로움은 이제 조선시대 이야기가 됐다. 모바일 버튼 하나만 누르면 기업 보증에 관련한 종합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 보증기관 직원이 직접 이동형 태블릿PC를 갖고 기업을 방문해 현장에서 수개월간 걸렸던 보증 업무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
회사 운영에 가장 절실한 보증 업무를 모바일 기반으로 구축해 신개념 보증 서비스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신용보증기금 얘기다. 신보는 현재 보수적인 정책금융기관 이미지를 벗고 기업형 생태계 구축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모바일 환경을 활용한 스마트 금융이 그 사례다.
신보는 2년 전 국내 금융기관 최초로 스마트워크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최근에야 비로소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현장 원스톱 보증서비스`를 선보였다. 세계에서도 모바일로 보증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 사례는 전무했다. 현장 원스톱 보증은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사무실 외에 어디에서든 보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과거 보증기관의 담당자가 현장 방문 후 또다시 영업점에서 보증 약정을 하고 보증서를 발급받는 시스템이었다.
신보는 모바일기기를 이용한 스마트워크 환경을 구축, 중소기업의 손톱 밑 가시로 여겨졌던 번거로운 보증 업무를 대폭 간소화했다. 한종관 신보 보증사업부문 담당 이사는 “기존에는 고객이 신보 사무실을 방문해야 가능했던 보증 업무를 현장평가와 동시에 이동 단말기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스마트워크 확대를 통해 중소기업에 더욱 신속하고 편리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모바일 앱 개발을 통한 보증 업무 간소화는 시간이 없는 창업 CEO 등에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보급 신청부터 발급까지 전 과정을 스마트폰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용률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원스톱 보증 모바일 취급률은 신보 보증 절반에 해당하는 52.10%에 달한다. 지원 금액 기준으로도 1219억원을 기록해 전체 보증 지원 금액의 44.84%로 모바일을 활용한 보증업무 활용도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신보 스마트폰 앱은 중소기업 현장에서 보증서를 발급하는 원스톱 보증과 함께 스마트워크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인터넷 혁명을 넘어 모바일 시대에 접어든 지금, 전국 340만 중소기업에 IT를 통한 보다 적극적인 창조경제의 협력자로 재평가받고 있다.
중소기업 온라인 대출 장터와 대출금리 예측시스템 `금리 캐스터`를 상용화해 지난해까지 중소기업 육성에 앞장선 신보는 이제 IT와 보증을 접목한 `모바일 워크` 시대를 여는 3세대 보증기관으로 우뚝 서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윤종운 신보 모바일앱 개발 과장
“국내 사업자 수만 340만개에 달합니다. 이 중 종사자 4인 이하 소기업이 288만개며, 보증 받을 시간조차 없는 기업들이 대부분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들 기업에 신속하고 빠른 보증 시스템을 선보일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윤종운 신보 모바일앱 개발 과장(홍보실)은 모바일 워크 보증 시스템 상용화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중소기업이 사업을 운용할 때 가장 필요한 핵심 보증 업무 16개를 뽑아내 하나의 앱에 구현했다. 현재 모바일 보증 앱이 선보인 지 한 달이 돼간다. 앱 이용기업만 1000곳이 넘었다. 하지만 재래형 보증 업무에 익숙한 전통 기업이나 지방 기업들은 아직 이 모바일 보증 시스템을 낯설어 하는 것도 사실이다.
윤 과장은 “중소기업 CEO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를 고민해봤더니 이동 중에 실시간으로 가장 가까운 지점을 안내해주거나 가장 싼 대출금리를 받을 수 있는 은행을 소개해주는 서비스였다”며 “이 같은 모든 서비스를 앱 하나로 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평균 3~4일이 소요되는 업무가 몇 시간 만에 해결되는 셈이다. 모바일 보증 앱 개발에만 약 4개월이 걸렸다. 윤 과장은 “시스템 안전성과 보안성 확보를 위해 별도의 보안 감리까지 받았다”며 “해킹, 파밍 등 보안 범죄를 차단하기 위한 암호화기술 등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모바일 보증 시스템 강화를 위해 올해 개선 작업을 펼 친후 내년에는 더욱 강력한 서비스와 기능을 모바일 앱에 탑재할 계획이다. 윤 과장은 “언제 어디서나 중소기업들이 보증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유비쿼터스 보증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 비즈니스 모델을 수출하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보증 업무를 이미 전수했던 카자흐스탄, 베트남 등 개도국 등에 모바일 기반의 보증 시스템을 수출한다는 전략이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표] 모바일 앱(APP)구상도 자료-신용보증기금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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