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던 어느 시골 마을. 기술자가 찾아와 조그만 마을에 단 한 집만 전기를 공급하고 갔다. 한 초등학생이 기술자가 전력을 공급하는 모습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눈여겨 봤다. 기술자가 떠난 뒤 소년은 그가 하던 방식으로 다른 집에도 전기가 들어올 수 있도록 했다.

30여년 뒤 그때 전기를 좋아했던 소년은 눈동자만으로 TV화면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로 자랐다.
김회율 한양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함께 `제어용 원거리 시선 추적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눈동자 움직임만으로 TV 시청은 물론 게임까지 즐길 수 있게 한다. 눈동자가 명령키가 되기 때문에 리모컨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월드IT쇼(WIS) 2013에 출품돼 국내외 관심을 끌었다. 연구원이 TV화면을 2초간 응시하자 미사일이 등장했고 게임이 진행됐다. 또 TV 채널 변경, 동영상 재생 등 다양한 기능이 눈동자 이동만으로 가능했다.
김 교수는 “시선 추적 시스템은 협각 카메라로 지속적으로 눈의 시선 이동을 추적해 TV 화면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손을 사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도 자유롭게 게임과 TV채널 이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TV 뿐만 아니라 영상회의,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 시선 추적 기술을 응용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처음에는 스마트TV 기술 개발을 위해 연구를 시작했지만 개발하다 보니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며 “버튼을 누를 필요 없이 눈동자만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시선추적 발사` 기술 등 국방 분야에도 유용하게 응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쟁 등 위급한 상황에서는 미사일을 발사할 때 버튼을 누르는 시간도 줄여야 되기 때문에 시선추적발사 기술만으로도 국방력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술을 확인하기 위해 미국 에어포스아카데미도 한국을 찾았다.
김 교수는 누구든지 시선 추적 기술 응용 분야에 대한 괜찮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면 연구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시선을 이용해 게임을 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대학원생들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라며 “학생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현실에 옮길 수 있는 지혜와 힘을 갖게 된 것은 공학도의 길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초등학교 때 전기에 매료된 후 공학에 대한 꿈을 꿨고 선택한 공학도로서의 길에 무한한 자부심을 갖는다”며 “우리나라 성장 동력은 공학기술 발전에 있기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두려워하지 말고 공학도의 길을 선택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