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로봇이 키우고, 소는 위성이 관리…호주의 비밀은 'IT'

`사과는 로봇으로 키우고 쇠고기는 위성으로 관리한다.`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호주 농업과 축산업의 현주소다. 호주 경제의 중추인 농축산업이 IT 날개를 달고 생산성을 높여간다.

28일 로이터는 호주에서 급속히 확산 중인 농축산업 IT가 세계 1차 산업에 큰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했다.

호주 정부와 농가는 지난해 식품 수출로만 396억호주달러(42조7300억원)를 벌었다. IT를 도입해 경쟁력 높이기에 한창이다. IT의 힘을 빌리면 시간 당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 호주 최저임금은 시간당 15.96호주달러(1만7000원)에 이른다. 고임금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면서 생산성과 품질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과수 농가에는 로봇과 비행선이 등장했다. `맨티스`와 `쉬림프`라 불리는 사람 키 크기 로봇은 과일의 색깔을 12단계로 감지해 익은 정도를 파악한 후 물 혹은 비료가 필요한지 알아낸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인식하는 3~4단계보다 정밀하다. 이 특징 때문에 16가지 빛을 인식하는 갑각류 새우 `맨티스 쉬림프`에서 이름을 따왔다.

이 로봇을 개발한 사라 서캐리 시드니대학 교수는 “위성항법장치(GPS)와 온도센서를 포함한 수많은 센서와 레이저·레이더 기술을 결합했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데이터를 수집해 물·비료를 직접 주거나 수확까지 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유사 기능의 비행선도 테스트를 마쳤다. 서캐리 교수는 “과수원이 10년 내 자동화된 기기로 가득할 수 있다”고 예견했다.

세계 두 번째 수출국을 자랑하는 육류 산업에는 위성 위치 소프트웨어가 활용된다. 축산농가는 위성이 보내주는 이미지 정보를 활용해 토양을 어떻게 관리하고 비료를 어디에 투입해야 할지 결정한다.

호주 시장조사기관 그레인스에 따르면 2008년 호주 농가의 자동화기기 도입은 2008년 47%에 불과했지만 2011년 67%로 올랐으며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호주 정부는 국민총생산(GDP)의 2%를 차지하는 농업을 2050년까지 5%로 늘릴 계획이다. 광산업이 빛을 바래자 식품 산업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루크 매튜스 호주 코먼웰스은행 애널리스트는 “새로운 IT를 도입하는 것이 호주가 글로벌 농업 경쟁력을 지켜 나가기 위한 핵심 관건”이라며 “IT 없이는 세계의 `식품 바구니`가 되겠다는 꿈을 접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