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통신시장정책에 대한 근본을 되짚어 볼 때다

통신요금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계 통신비 부담 증가, 보조금 차별 지급, 100만원이 넘는 고가 스마트폰 등 이슈로 통신시장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정부가 방관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휴대폰 가입비를 2015년까지 단계별로 폐지할 계획이고, 단말기 유통구조를 개선할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ET단상]통신시장정책에 대한 근본을 되짚어 볼 때다

정부 대책이 모두 의미가 있음을 부연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신요금 문제에 대한 시원한 해결책이라고 보기 어렵다. 가입비를 폐지하면 이통사는 약 5000억원의 매출이 감소될 것으로 예측된다. 손실에 비해 효과는 미미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2년에서 3년 한 번쯤 받게 될 가입비 무료 혜택이 마음에 와 닿을 리가 없다.

보조금을 법으로 엄격히 금지하는 것은 어떨까. 2002년 보조금을 금지시키는 법안을 제정한 바 있었다. 그 후 2008년 3월 최종 폐지될 때까지 엄격한 처벌조항이 운영됐지만, 그 이후 보조금 전쟁의 악순환이 지속됐다.

단말기와 서비스를 분리하는 유통구조의 혁신은 보조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천적 대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PCS 확산 초기부터 시작된 통신사의 단말기 유통은 기업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규모의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유통구조를 바꾼다는 것은 기업에 사업을 접으라는 의미를 가진다. 5만개에 이른다고 추정되는 대리점과 판매점의 유통망이 입을 피해도 막대하다. 지나친 시장 개입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다양한 규제정책이 갖는 부작용이 예상된다면 규제의 강행보다는 근본적으로 문제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왜 이동통신사가 요금경쟁 대신에 보조금 경쟁에 몰두하고 있는가. 그 중 한 원인은 제도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요금과 관련된 대표적인 규제는 인가제와 신고제다. 요금인가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독점적 가격 설정을 방지하고 후발사업자와 공정한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인가제가 요금의 묵시적 담합과 유사한 결과를 낳고 있다. 공공요금으로 규정된 통신요금을 인가받기 위해 미래부와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치는 절차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차별화된 요금제 설정을 어렵게 한다. 사업자가 요금과 서비스에 대한 경쟁을 하기 어렵게 규제를 두고서, 다른 한편으로는 요금경쟁이 아닌 보조금 경쟁을 하는 사업자를 처벌하려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 인가제를 폐지하고 신고제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이유다.

최근 통신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보조금 경쟁이 주춤하고 있다. 올해 1분기 SK텔레콤의 영업이익률이 20%, KT는 40% 정도까지 급감하는 등 마케팅비 과다 지출의 부작용이 심각한데다가 불법 보조금 규제에 대한 강력한 정부의 의지가 더해진 덕분이다. 일시적 현상이라고 무시하기 어려운 증거도 보인다. 그간 끝없이 상승하기만 하던 스마트폰 가격의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이다. 보조금 위주의 경쟁에서 요금제와 서비스로 시장경쟁의 축이 전환되고 있다는 관측도 늘고 있다. SKT가 출시한 망내 음성무료통화요금제에 대응해 LG유플러스가 망내외 무료통화제로 반격함으로써, 이동통신 3사 모두가 새로운 요금제로 가입자를 유치하려는 경쟁에 돌입했다.

통신시장에 일고 있는 긍정적 변화의 불씨가 타오르도록 정부도 요금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 할 필요가 있다. 시기도 적절하다. 새 정부도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촉진시키기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정책기조를 수립하였다. 경쟁을 촉진시킴으로써 정책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할 시기다.

정진우 인제대 행정학과 교수 jw0611@inje.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