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국내 금융시장, 도미노 부실 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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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여파로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과거 5조원 넘게 순익을 올렸던 은행마저 부실 징후가 보이면서 카드·증권 등 모든 금융업권이 도미노처럼 불황의 늪에 빠졌다. 실적 악화 요인으로 정부의 과도한 금융 규제가 꼽히고 금융사는 역차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은행, 카드, 증권 등 국내 금융업 실적이 곤두박질 쳤다. 은행은 전년 대비 거의 반토막 났고 이렇다 할 반등요인도 없어 상황이 심각하다. 국내은행 1분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3조3000억원 대비 무려 44.9%가 감소한 1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금리 하락 여파에 효자 노릇을 했던 이자이익 감소 탓이다. 은행의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1.95%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익률도 무너졌다. 1분기 중 은행의 총자산이익률(ROA)과 자기자본 이익률(ROE)은 각각 0.41%, 5.22%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0.33%p, 4.56%p가 하락했다.

카드업계도 보릿고개를 겪고 있다. 국내 7개 전업카드사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이 4622억원으로 8431억원이던 전년 동기보다 45.2%(3809억원) 줄어들었다. 실제로 이들 카드사의 고위험 리볼빙 자산은 축소돼 대손비용은 같은 기간 15.8%(601억원) 감소했다.

전업계 카드사의 총채권 연체율은 3월말 기준 2.11%로 작년 말보다 0.26%포인트 상승했다. 하반기 가맹점 수수료 하락 여파까지 겹치면서 수익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아직 1분기 실적이 나오지 않은 증권업계는 작년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고 그 여파로 지점 축소와 직원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4∼12월) 62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1조2408억원으로 전년대비 43.9% 줄어들었다. 이는 유로존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부진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것으로 2008년 이후 최저 실적이다.

금융업계는 실적 악화가 단순히 경기 침체 여파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금융업권별로 돈 나올 구멍은 모조리 막아놨다”며 “은행은 대출 금리와 각종 수수료, 카드는 신용대출과 리볼빙 등 규제 리스크가 실적 악화의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리스크와 건전성 관리로는 이 같은 국면을 극복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해외 사업 강화와 수익성 다변화에 금융사들이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다.

과열 경쟁으로 치닫는 내수시장 위주의 금융 생태계로는 실적 개선은커녕, 현 상황보다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표 1] 증권사 순익 자료-금융감독원(단위 : 억원,%)

[표 2] 카드사 순익 자료-금융감독원(단위 : 억원,%)

[표 3] 은행 순익 자료-금융감독원(단위 : 조원,%)

흔들리는 국내 금융시장, 도미노 부실 징후

흔들리는 국내 금융시장, 도미노 부실 징후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