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돌직구

“단돈 1달러까지 세금을 다 냈다. 세금 축소를 위해 편법을 쓰지 않았으며 미국 세법이 디지털 시대에 뒤쳐졌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미 상원 청문회에 던진 말이다.

에릭 슈미트 구글 CEO는 한술 더 떴다. 27일 영국 BBC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세금은 선택해서 내는 것이 아니라 법에서 정해진 대로 의무적으로 내는 것”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영국 법을 바꿔라”고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세계 IT시장을 이끄는 애플과 구글 CEO가 조세 회피 논란에 돌직구를 날렸다. CEO가 직접 나서 당당하게 입장을 밝히며 당위성을 말했다. 미국과 영국은 이를 계기로 현재 세법 문제를 되돌아보려는 움직임도 일어났다. 조세회피 기업으로 몰아세웠던 미 의회와 영국 정부가 오히려 뒤통수를 맞았다.

27일 독립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는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을 비롯해 SK, 한화 등 주요 대기업 전·현직 임원이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1차에 이어 2차 발표가 나오며 재벌 기업과 오너일가의 페이퍼컴퍼니 실체가 드러났다.

1차에 이어 2차 명단에 오른 회사 대부분의 반응은 “회사와 무관한 일”이라며 선을 그은 후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한다. 여론이 악화되면 유령회사 설립 자체는 인정하지만 조세 회피는 없었다고 발뺌한다.

팀 쿡과 에릭 슈미트처럼 문제의 중심에 선 CEO가 직접 해명하는 사례는 보기 힘들다. 그저 관계자의 입을 빌어 “해외 유령회사 설립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없다”며 “유령회사가 꼭 탈세와 비자금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란 식의 대응이다.

애플과 구글도 조세피난처에 회사를 설립하고 조세를 회피했다. 그들은 오히려 절세의 귀재라는 평가를 받는다. 각종 사건이 터질 때 국내 재계 대응은 언제나 이런 식이다. 잘못한 것이 없다면 당당하게 입장을 밝히고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건 어떨까. 돌직구는 이럴 때 쓰는 해법이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