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무선광대역인터넷)는 우리가 세계 처음 개발해 7년 전에 상용화한 통신서비스다. 그만큼 우리 통신산업계 기대가 컸던 이 서비스가 좀처럼 `계륵` 신세를 면치 못한다. 독자적인 통신서비스 구실을 하지 못한다. 기존 이동통신서비스를 보완하는 서비스로 결합 통신상품 구색에 그친다. 그 입지는 고속 데이터서비스가 가능한 `롱텀에벌루션`(LTE) 가입자가 늘어나면서 더욱 좁아졌다. 이제 와이브로를 접자는 의견이 쏟아져 나온다. 대체 기술인 `시분할방식 롱텀에벌루션`(LTE-TDD)이 확산되자 이를 출구 전략으로 삼자는 대안도 제시됐다.
정부는 여전히 망설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연내 대안 마련을 목표로 전담반을 구성했지만 와이브로 활성화 미련을 버리지 않는다. `퇴출`이나 `출구전략`이라는 단어조차 언급되길 꺼린다. 와이브로에 대한 남다른 집착도 있지만 퇴출이 곧 정책 실패 인정으로 받아들여질까 하는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집착도, 정책 실패 비판 걱정도 그릇된 생각이다. 아무리 독자 개발한 우수 기술을 버리기 아깝더라도 시장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집착을 버리는 게 옳다. 100만이 넘는 가입자 수가 결코 적지 않지만 이동통신 서비스의 보조에 머무는 수준이라면 궤도 수정이 당연하다.
정책 실패 걱정도 기우다. 정책이라고 모두 성공하지 않는다. 실패해도 얻는 게 있다. 와이브로 서비스는 크게 활성화하지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게 뜻밖에 많다. 독자적인 통신기술을 언제든지 개발하고, 상용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우리 통신 기술력도 한결 향상됐다. 4세대(G) 기술 개발에 밑거름이 됐다. 5G 통신 기술 개발에도 큰 힘이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성과를 감안하면 와이브로 정책을 실패로 단정하는 것은 짧은 생각이다.
미래를 봐야 할 때다. 와이브로 기술을 더욱 발전적으로 계승해 차세대 통신기술을 우리가 주도할 전략을 짜야 한다. 다행히 차세대 와이브로 기술은 LTE-TDD를 비롯한 4G 기술과 연동된다. 또 같은 주파수 대역을 쓸 수 있다. 정부가 정책 실패 비판을 걱정해 계속 고집한다면 그간의 성과물까지 헛되게 만드는 진짜 정책 실패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