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10년 후 일의 미래

지금이 10년 전과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돌이켜보면 10년 전에도 취업난은 심했고 경기는 좋지 않았다. 100만원은 그때도 큰돈이었고 교통난도 여전했다. 나이를 먹고 물가가 오른 것 외에는 그다지 큰 변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북스 클로즈업]10년 후 일의 미래

조금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10년 사이 삶의 모습이 엄청나게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C 앞에서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아기자기하게 꾸미던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소통한다. 기업들은 처치 곤란으로 애를 먹던 수많은 데이터에서 새로운 가치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터득했다.

10년 전에 2013년의 모습을 예상했다면 더 많은 기업들이 일찍부터 모바일 사업을 준비했을 것이다. 삼성이 지금보다 더 빨리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기업은 미리 데이터 과학자를 양성했을지도 모른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점쟁이의 일이기도 하지만 분석가의 일이기도 하다. 경기불황이 세계를 뒤덮고 취업난이 심각할 때일수록 정확한 미래 예측은 힘을 발휘한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지혜를 나누는 일이 가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명의 천재가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시대는 지났다. 집단지성 시대에는 다수가 협력해 내놓은 아이디어가 큰 힘을 발휘한다. 한 개인이나 단체가 내놓은 미래 예측 보고서는 더 이상 정답이 아니라는 얘기다.

`10년 후 일의 미래`는 세계 각 분야 전문가들이 정보와 지식을 공유해 작성한 미래 예측서다. 10년 후 세상의 변화를 미리 살펴보고 새롭게 부상할 유망 직종을 점쳤다. 2만여명 전문가들이 참여한 미래학 연구지 `트렌즈` 지에 실린 내용 중 한국 독자에 유용한 것만 모았다.

과거와 현재, 미래 상황을 구체적 지표와 통계 기반으로 제시한다. 일반 미래 예측 서적보다 더욱 개연성 있는 미래 모습을 보여준다. 신사업 추진 기업이나 유망직종이 궁금한 개인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책은 2020년이 되면 임시직과 계약직이 전체 직장인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대부분 기업이 소수 정규직과 그보다 많은 계약직,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임시직으로 구성된다는 설명이다. 변화의 증거는 이미 곳곳에서 발견된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10년 이후 323만 정규직이 일자리를 잃고 고용보험 대상에서 제외됐다.

학점보다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통섭형 인재`가 각광받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통섭형 인재는 이것저것 조금씩 잘하는 팔방미인이 아니다. 한 분야에는 전문가이되 다른 분야에도 충분한 소양을 갖춰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인재다. 이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

꿈의 나노물질인 그래핀과 몰리브데나이트로 인해 컴퓨터 하드웨어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은 몰락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포나 성장인자를 찍어내 3차원 조직과 장기를 만드는 바이오프린팅과 정밀한 피사체를 만드는 나노프린팅 기술의 융합을 예측했다. 이를 통해 새로운 분자 단위 생명체가 창조되고 맞춤의학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외에도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생분해성 플라스틱 등 세계 산업구조를 바꿀 새로운 30여 트렌드가 구체적인 모습으로 소개된다.

트렌즈 지 특별취재팀 지음. 일상이상 펴냄. 1만5000원.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