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352>브리꼴레르(bricoleur) 5행시

브리꼴레르는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가 쓴 야생의 사고에 등장하는 말이다. 우리말로 굳이 번역하면 손 재주꾼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주변에 가용한 도구를 활용, 위기 상황을 순식간에 탈출하거나 이런 저런 시도 끝에 난국을 탈출하는 문제해결사 같은 사람이다.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과 맥가이버는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역발상과 도전정신으로 가능성의 세계로 탈바꿈시킨 융합형 인재라는 공통점이 있다.

융합은 서로 다른 성질의 재료나 도구를 활용하거나 주어진 정보를 편집, 가공해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면서 제3의 대안이나 가능성을 찾아 빛을 발하는 과정을 말한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이제 한두 가지 분야 지식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할 정도로 복잡해졌다. 혼자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아진 시점에서 브리꼴레르는 새로운 전문가 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요즘은 전문가가 해당 분야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전문적 문외한이라는 웃지못할 비판을 받는 시대가 됐다. 브리꼴레르는 다산 정약용처럼 방대한 정보를 편집해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정보 편집자이자 지식의 연금술사다.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새로운 지식은 결국 기존 지식을 남다른 방식으로 편집해낸 결과라고 볼 때 브리꼴레르는 현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지식인상이기도 하다. 이런 브리꼴레르의 진면목을 5행시로 정리해 보았다.

브자(V) 협곡을 빠져나오는 축지법을 지닌 `문제 해결의 귀재`

리비아 사막 같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한계에 도전하는 `맥가이버형 인재`

꼴지라도 좌절하지 않고 마침내 승리를 낚는 `역전의 명수`

레미제라블 같은 감동과 감탄을 불러오는 `감탄사 제조기`

르누아르처럼 아름다운 인생을 그려나가는 `창조의 연금술사`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