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박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조용한 취임 100일을 주문했다고 한다. 역대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열어 100일 간의 국정을 돌아보고 남은 임기동안 이끌어 갈 국정 철학을 재정비해 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지연과 남북 갈등 고조, 방미 성과를 빛바래게 한 성추행 사건 등으로 국정이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하면서 취임 100일에 내놓을 성과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국무총리부터 장차관급 고위직 후보자들의 잇단 낙마사태로 박 대통령의 나홀로 인사에 대한 비판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구설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박근혜정부가 규제개혁의 핵심 슬로건으로 내건 `손톱 밑 가시` 제거 작업은 순조롭게 전개되고 있다. 2차에 걸쳐 발굴된 손톱 밑 가시 736건 가운데 224건이 개선됐다.
하지만 박근혜정부의 국정핵심 어젠다인 창조경제는 여전히 추상적이다. 창조경제는 대통령 예비후보 시절부터 준비된 대통령임을 자임하며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산업에 접목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을 약속하며 내건 슬로건이다. 창조경제는 새 정부 출범 전부터 붐을 이뤘다. 정부와 산하 공기관은 앞 다퉈 창조경제를 주제로 한 포럼을 만들었다. 호텔은 물론이고 회의 공간이 있는 시설에는 창조경제를 주제로 한 심포지움이나 콘퍼런스 현수막으로 가득하다. 벌써 정부가 발주하는 연구용역이나 과제 첫머리를 장식하는 수식어는 창조경제로 바뀌었다. 창조경제가 붙지 않은 정책은 박근혜정부에서 발도 못 붙일 것 같은 분위기다. 취임 100일이 코앞이지만 아직 창조경제를 시원하게 정의 내리지 못했다. 최소 임기 5년을 이끌어 갈 국정 핵심 어젠다인 창조경제의 개념이 여전히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차라리 국민의 정부가 내건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슬로건이나 문민정부와 참여정부가 각각 내세운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과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 의제는 구체적 이기라도 하다. 반면에 창조경제는 정책 앞머리에 수식어로 갖다 붙여서 어색하지 않지만 달라지는 것도 없다. 초중고생이 들어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창조경제 정의와 함께 구체적인 실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