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파괴적 혁신`이 부족한 창조경제 정책](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11/19/sdaaia-as13.jpg)
대통령부터 구멍가게 주인까지 창조경제를 입에 달고 사는 시대다. 대기업이 투자를 하는 것도, 일감을 나눠주는 것도 창조경제다. 우리에게 이 창조경제가 도대체 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의문이다.
창조경제는 만날 선진국 뒤꽁무니만 ?는 게 아니라 앞장서 선도하자는 박근혜정부 경제 슬로건이다. 우리가 강한 산업에 기술,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해 새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전략이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의 창업을 육성해 경제 활력을 불어넣자는 캠페인이다. 다 맞는 말이다. 그래도 의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정부가 140개 국정과제 추진 계획을 `공약가계부`라는 이름으로 지난 주 내놨다. 20개가 창조경제 과제다. `가능성에 투자하는 금융환경 조성`부터 `정보통신 최강국 건설`까지 두루 망라했다. 세부 추진 전략을 보니 새로운 게 없다. 정권마다 예산을 쏟아 붓지만 새 정권이 들어서면 `되돌이표`인 그 과제들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어디 있겠는가. 정권 바뀔 때마다 행정이 바뀌는 것도 옳지 않다. 그래도 국정과제라면 새 국정 철학을 어느 정도 담아야 한다. 국정과제로 본 창조경제는 `해왔던 것, 그 방식 그대로`다.
바뀔 수가 없다. 관료가 바뀌지 않았다. 생각도 그대로다. 민간의 목소리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그러니 새로운 접근이 없다. 20개 국정과제보다 오히려 민간 주도 창조경제포럼의 9개 제언이 더 들을 만하다. 부처와 산업별 수석과학관과 전략기술위원회를 두고 창조경제은행, 규제혁신센터, 비즈니스모델거래소 등을 세우자는 아이디어들이다. 결국 차이는 그 생각이 어디에서 나왔냐로 귀결된다.
관의 생각이 민간을 뛰어넘지 못하는데 창의적인 정책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인지 모른다. 그래서 박 대통령도 김종훈씨를 장관으로 영입하려 했는지 모르겠다. 결과가 더 나쁠 가능성이 있지만 말이다.
창조경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있지만 경제 틀을 한번 바꿔보자는 취지엔 이론이 없다. 현 정부가 내건 새 틀이 선도자 경제 패러다임이다. 옳은 방향이지만 현실적으로 이 역할을 할 기업이 거의 없다. 삼성전자 등 손을 꼽을 정도다. 이 기업들도 시작 단계다. 중견·중소기업과 갓 창업한 스타트업이 무슨 재주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겠는가.
창조경제를 한두 기업이 만들지 못한다. 글로벌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한데 어울리는 생태계가 있어야 한다. 창조경제 정책에 이 계획이 빠졌다. 비슷한 게 딱 하나 있다. 대기업의 협력사 대금 지급을 감시하고, 동반성장지수 평가 대상과 성과공유제 도입 기업을 늘리자는 `동반성장 생태계 구축 계획`이다. 이것으로 창조경제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생태계는 기업들이 서로 제 역할을 하고, 인정하며 유기적으로 돌아갈 때 형성된다. 그런데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여전히 단순 하청업체로 여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는 길을 완전히 잃었다. 길들여져도 대기업 우산이 더 낫다는 중소기업이 너무 많다. 이 틀을 깨지 않고 생태계도, 창조경제도 어림없다.
정책을 다시 짜자. 발상도 다시 하자. 시간이 더 걸릴지라도 생태계가 자연스레 생겨날 정책을 만들자. 대기업더러 중소기업을 잘 살피라 강요하지 말자. 그 대신 중소기업을 파트너로 여기는 대기업에 아주 `특별한 혜택`을 줘 다른 대기업도 따라가도록 만들자. 한낱 중소기업일지라도 그 아이디어와 비즈니스로 인해 파생적인 창업과 일자리가 생기면 아주 `파격적인 대우`를 하자. 기존 발상을 깨자는 파괴적 혁신은 이것이 일상인 산업계보다 정책 당국에 더 필요하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