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시대 국가 연구개발(R&D)은 양적 평가보다 창의성을 기반에 둔 질적 평가가 이뤄져야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R&D로 연결되기 위해 자유로운 연구 환경 조성이 전제돼야한다는 지적이다.
후안 로저스 조지아 공대 교수는 3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KAIST 과학기술정책대학원이 공동 주최한 `국가 과학기술 R&D 평가포럼`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R&D로 이어질 수 있지만 기관과 프로젝트에서 해야 할 미션 때문에 자율성이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저스 교수는 `창조성, 고위험, 프론티어 연구평가`란 주제발표에서 연구자가 자유로운 환경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다.
로저스 교수는 “소수 정예 연구자가 협업을 통해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며 “연구 주체가 재량권을 가지고 예산도 유연하게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 방향에 따라 연구활동비도 변경될 수 있어야 창의적 아이디어가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 로저스 교수의 의견이다.
진화론을 R&D 평가 잣대로 예를 든 그는 “지금까지 과학기술 분야 평가는 과학계라는 거대한 자연이 선택한 방향으로 진화돼왔다”며 “이제는 유전자 변형처럼 새로운 아이디어가 도입되고 인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가나 학계에서 성과가 있다고 평가하는 아이디어뿐 아니라 돌발적인 아이디어도 과학기술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생태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로저스 교수는 “단순히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통이 필요하다”며 “지금까지 강조된 학제간 지시형태가 아니라 모든 아이디어가 존중받으면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창의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창의성이 활발하게 오고 갈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먼저라는 설명이다.
포럼에는 로저스 교수 주제 발표에 이어 국가R&D 사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가치 평가를 미국·유럽 관점에서 설명하는 시간도 가졌다. 박구선 KISTEP 부원장은 “창조경제 시대 질적 평가가 필요해졌지만 지금까지 논의가 되지 못했다”며 “실제 창의성과가 효율이 아닌 효과로 이어지는 국가 R&D 사업이 되도록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윤 KIAST 연구부총장도 “지금까지 국가 R&D는 성공률이 높은 만큼 실패에 대한 인정이 없었다”며 “도전 정신이 포함된 R&D가 수행되고 질적 성장을 이루기 위해 평가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