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를 지나자 중국 최대 전자상가 선전 `화창베이(華强北)` 상가가 깨어난다. 으리으리한 전자제품 매장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니 상대적으로 좁다란 매장 밖에 의자를 내고 나와 앉은 몇 명이 눈에 띈다. 그들은 지나가던 사람에게 흥정을 걸기 시작한다.
곁에서 대화 내용을 들어봤다. 손님이 “삼성전자 갤럭시폰은 얼마냐”고 물으니 “(조립해 주려면) 담당 엔지니어가 와야 하니 조금만 기다려라”며 “가격은 부품에 따라 엔지니어가 책정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소문만 무성하던 화창베이 조립 스마트폰 업소에서 오가는 대화다. 단순 짝퉁 제품을 파는 차원을 넘어 PC처럼 스마트폰을 조립해 파는 불법 현장이다. 카메라만 들고 있어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조립 스마트폰 업체를 직접 들어갔다.
다른 스마트폰 판매점과는 입구 풍경부터 다르다. 스마트폰 진열장 대신 반투명 플라스틱 재질의 상자가 성인 가슴 높이만큼 놓여 있다. 상자 안에는 메인보드에서 카메라 모듈, 디스플레이 패널 등이 빼곡히 들어 있다. 뒤편에는 눈에 익은 아이폰4S 케이스가 비닐포장도 뜯지 않은 채 켜켜이 쌓여 있다. 모두 조립 스마트폰 제조에 쓰이는 부품이다.
직접 흥정을 걸어봤다. 갤럭시S3를 의뢰하자 조립을 맡은 엔지니어는 정가의 80% 정도를 제시했다. 비싸다고 거절하자 금방 60% 수준으로 내려갔다. 현지 상인들은 “말만 잘하면 50% 할인은 문제없다”고 전했다.
홍콩과 인접해 쇼핑객으로 붐비는 화창베이에서는 갤럭시나 아이폰이 즉석에서 조립돼 팔린다. 엔지니어 출신 전문가도 갖췄다. 동행한 중국 IT 대기업 직원은 “각종 부품을 원하는 대로 조합하는 방식이 하나의 구매 패턴으로 자리 잡았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조립이 시작됐다. 케이스만 유명 상표로 씌우고 사양은 자유롭게 맞춘다. 모든 공정은 즉석에서 이뤄진다. 모바일 반도체와 소프트웨어 기술력까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선전은 애플의 최대 위탁업체 폭스콘 공장이 있다. 화웨이와 ZTE 본사 소재지도 선전이다. 부품은 물론이고 기술자 수급에도 최적의 요충지다. 폭스콘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스마트폰 기술자는 거리에 넘쳐난다.
중국이 몇 년 동안 쌓아온 스마트폰 제조 노하우 덕분에 `거리` 기술력까지 높은 수준에 오른 셈이다. 화창베이 한 점포 직원은 “어차피 정품 아이폰도 중국에서 다 생산되듯 기술은 있지만 브랜드가 없을 뿐”이라며 “한국을 비롯해 해외에서 분실된 중고폰도 이곳으로 넘어온다”고 설명했다. 유심(USIM) 칩만 있으면 기기에 꽂아 통신사에 등록 후 바로 사용 가능하다.
같은 건물에선 아이폰을 비롯한 각종 스마트폰 수리가 성행한다. 역시 불법이다. 화창베이를 찾은 중국인 고객은 “각종 부품 교체와 수리가 이곳에서 저렴한 가격에 가능하다 보니 굳이 정식 애프터서비스 센터를 찾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선전(중국)=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