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한 사람이 활동하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블로그를 가족이 대신 운영하거나 폐쇄할 수 있을까.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해할만한 소재다.
미국에서는 죽은 딸이 사용하던 페이스북을 운영하다가 제지당한 사례가 있다. 죽은 사람의 계정을 제3자가 사용하는 것은 사생활보호법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가족인데다 죽은 자식이 쓰던 SNS이기 때문에 별 문제 없을 것 같지만 법적으로는 안 된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었지만 포털사이트는 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용을 불허했다. 유족들이 사망자의 SNS나 블로그 등을 추모공간으로 활용하려고 해도 법적 근거가 없어 불가능한 실정이다.
디지털유산 처리가 사회적 관심으로 떠오르면서 지난 3월 구글이 `휴면 계정 관리자(Inactive Account Manager)` 서비스를 전격 도입했다. 휴면 계정 관리자 서비스는 이용자가 일정 기간 동안 구글 계정을 사용하지 않으면 미리 정해 둔 사람들에게 사진이나 이메일 등을 보낼 수 있다. 물론 설정 기간이 끝나갈 때까지 구글계정에 로그인하지 않으면 이용자에게 미리 알린다.
국내에서도 지난 18대 국회에서 여러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개인정보보호 문제 때문에 법제화까지 이르지 못했다. 최근에 다시 국회와 포털 3사 등을 중심으로 디지털 유산 상속 방안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김장실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디지털 유산을 상속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 국회 상정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개정안이 통과하면 SNS나 블로그에 남긴 게시글은 물론이고 게임사이트 등에서 소유한 게임머니나 선불전자화폐 등도 가족이 상속할 수 있다.
디지털유산 상속이 가능해지면 이용자가 블로그나 SNS에서 작성한 각종 콘텐츠가 알 수 없는 누군가에 의해 흔적 없이 삭제되거나 자신의 디지털 정체성이 사이버 공간에서 유령처럼 떠다니는 것을 막아준다. 또 재산적 가치가 있어도 이용자의 사망과 함께 아무도 건드리지 못해 자칫 사장될 뻔한 디지털 유산도 살릴 수 있게 됐다. 늦었지만 디지털 사회의 필요성에 부응한 법안이 나온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