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산업 돋보기]<5> 신흥국 생산 증가의 이면

세계 자동차 산업 판도는 21세기에 들어 급격히 변화됐다. 아시아 생산 비중이 2012년에 50.6%로 급상승, 1960년대 북미 최대 생산 비중이었던 50.3%를 넘어섰다. 또 다른 변화는 신흥국 생산 비중 급상승과 선진국 생산 비중 급락이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 시장은 급성장 추세를 지속해 온 데에 기인한다.

신흥국 중에서도 아시아 지역의 중국과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생산량은 2000~2012년 중 2346만대 증가해 세계 생산 증가분의 97.2%를 차지했다. 기타 지역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터키, 이란, 남아공 생산량은 같은 기간 362만대 증가해 세계 생산 증가에 15% 기여했다. 반면 같은 기간 북미 지역의 멕시코 생산량은 108만대, 유럽 지역의 러시아,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생산량은 97만대 증가해 세계 생산 증가 기여도가 각각 4~4.5%에 불과했다.

신흥국들의 기여도 차이는 각국의 자동차 산업 성장 패턴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아시아 신흥국 대부분은 내수 증가에 따라 생산이 증가하는 전형적인 내수 의존형 성장 패턴이다. 기타 지역 신흥국들도 대부분 내수 의존형이고 터키만 수출 의존형 패턴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북미와 유럽 지역은 러시아만 내수 의존형이고 나머지는 역내 수출 의존형으로 역내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량이 증감하는 구조다.

향후에도 세계 자동차 생산 판도는 신흥국 생산 추세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그러나 각 신흥국별 생산 추세는 산업 성장 패턴에 따라 희비가 교차할 것으로 예견된다. 올해 들어와 중국과 아세안 3개국은 내수 호조로 생산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브릭스 3개국은 내수 둔화로 생산 증가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한편, 멕시코는 미국 시장 회복에 힘입어 생산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반면 터키와 동유럽 3개국은 서유럽 침체 지속으로 생산 감축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신흥국 생산량의 75% 이상을 점하는 선진국 업체들의 현지 생산 전략이다. 내수 의존형 국가에서 내수 둔화 추세가 장기화되거나 수출 의존형 국가에서 수출 둔화 추세가 장기화되면 현지 진출 업체들이 생산량을 대폭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신흥국 전략 수립 시에는 각국별 성장 패턴과 관련한 주요 영향 요인들과 현지 진출 업체들의 생산 전략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이성신 비엠알컨설팅 대표 samleesr@gobm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