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정보화교육 제대로 해야 한다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세상 참 많이 변했다”는 말을 많이 하게 되고 또 듣는다. 하기야 집에 백색전화를 놓는 것이 소원이던 1970년대에 살던 사람으로서는 요즘처럼 누구나 스마트폰을 들고 사는 세상이 됐으니 그런 말을 할 만하다.

[미래포럼]정보화교육 제대로 해야 한다

하지만 `세상 참 많이 변했다`는 말 속의 뉘앙스에는 편리하고 살기 좋은 세상이 됐다는 의미도 있지만 세상 변화하는 양태가 물적으로는 풍족해졌는지는 모르지만 정신적으로나 문화·사회적으로는 오히려 과거보다 못해졌다는 뜻이 포함돼 있고 특히 미래와 젊은 세대를 바라보는 불안한 마음이 내포돼 있는 것 같다.

1980~1990년대 우리는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구호 아래 전전자교환기(TDX)를 개발했고, 행정전산망 사업을 통해 정보기술(IT) 활용과 IT 산업 육성에 집중해 왔다. 그 결과 우리는 인터넷 강국이 됐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과 행정정보화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주식도 거래하고, 은행업무도 볼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 됐다. 또 우리 기업이 만든 스마트폰과 메모리 반도체는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고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이며 경쟁력을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품목이 됐다. IT는 우리의 미래고 희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외형적 화려함 뒤편에는 기성세대의 우려를 자아내는 어두움이 곳곳에 드리워져 있다. 게임에 중독돼 젊음을 낭비하는 청소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인터넷 사이트를 도배하고 있는 악플, 해킹과 피싱 같은 사이버 범죄, 이들이 무심코 사용하고 있는 언어의 혼란 등이 그 것이다.

새로운 시대적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는지에 따라 한 사회의 번영과 도태가 결정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잘 깨닫지 못한 것은 그 번영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물리·경제적 발전이 문화·사회적 발전으로 승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물리·경제적 발전이 문화·사회적 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사는 말해 준다.

정보화에 앞서기 위해 투입한 모든 노력과 그 결과로 인한 경제적 발전과 업적은 찬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적 번영을 지속하려면 IT와 문화적·사회적 발전의 연결고리를 더 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핵심은 정보화교육에 있다.

우리는 정보화교육 하면 흔히 컴퓨터교육이나 이러닝, 디지털 교과서, 사이버교육 등 좁은 의미로만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지식정보사회의 교육 전반을 포함하는 광의적 개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지식정보화 사회의 도래가 국가, 기업 및 개인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이며, IT로 무장한 개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야 한다. 또 사이버 공간에서 더불어 사는 법을 교육해야 한다.

일전에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두 딸에게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시켰다는 기사가 있었다. 세계적 지성인인 그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겠는가. 아마도 IT의 상징인 스마트폰 사용이 자녀 교육 또는 후세대에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판단해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 같다. 게임에 몰두하는 자녀를 둔 모든 부모의 심정과 같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의 결정이 좋은 교육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릇 모든 기술이 그렇듯 양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다 가르쳐야 한다. 칼이 무섭다고 사용을 금지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해킹방지와 정보보호를 위한 노력보다 우리 젊은이들의 마음과 정신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훨씬 더 절실하고 시급함을 호소하고 싶다.

김준형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장 jhkim@khc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