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 A to Z]<20·끝>융합형 인재를 키우자

우리나라는 지난 50년 동안 선진국 기술을 따라잡는 빠른 추격자 전략을 펼쳤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술 모방을 통한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 미국·일본·유럽 등 기술강국 견제가 심해졌다. 아시아와 남미의 또 다른 `패스트 팔로어(Fast Follwer)` 국가와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융합 A to Z]<20·끝>융합형 인재를 키우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즉 선도자적 마인드를 강조한 전략이다. 세계 각국은 레드오션 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산업·기술·제품 간 융·복합으로 블루오션 시장을 창출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지금 산업기술 트렌드는 분야와 영역의 벽을 허물고 기술경계를 넘나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실례로 이동수단으로만 인식되던 자동차가 정보기술(IT)과 융합해 움직이는 생활공간으로 변모했다. 동공 인식으로 졸음과 음주운전을 예방하는 기술이나 차선이탈 인식, 지능형 교통시스템 등에 기계·전자·바이오 기술이 융합된 스마트카 시대가 열렸다. 모터쇼에서만 전시되던 자동차가 가전제품 전시장인 CES에도 등장한다. 자동차산업이 이종산업과 융·복합을 가장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5개월간 `융합 A to Z`에서 의료기기, 통신, 조선 등 모든 기술 분야에서 일어나는 융·복합 현상을 살펴봤다. 융·복합산업은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선진국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분야다. 우리가 세계적인 수준의 IT 경쟁력을 바탕으로 제조,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를 결합하고 창의성을 더한다면 보다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연구개발(R&D) 사업도 바뀌고 있다. 원천기술과 융·복합 기술 R&D에 힘을 실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글로벌기업이 외부 역량을 활용한 개방형 혁신으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처럼 국내 기업을 위한 산업 R&D 생태계 조성을 지원한다. 창조경제 시대를 맞아 융·복합 기술을 개발하고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융합형 인재다. 기존 교육체제에서 현장이 원하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만큼 어려웠다. 주입식 교육의 한계 때문이다.

앞으로 융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창의적 감성까지 갖춘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대학에 융합학과를 개설하고 자유로운 복수전공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이공계도 기초과학이나 공학교육에 머물지 말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높이는 인문학으로 교육 범위를 넓혀야 한다.

우리 사회 고질적인 문제인 `스펙` 중심의 풍조를 없애는 노력도 필요하다. 학력에 관계없이 공평한 취업 기회가 주어져야 창의적인 인재가 나올 수 있다.

노동 생태계 개선, 창의적인 인재가 능력을 발휘하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을 포함한 인력양성 정책도 수반돼야 한다. 애플 아이폰에서 보듯이 성장이 정체된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는 산업 간 융합이 필수다. 이를 위해 창의적 융합형 인재가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한수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경영기획본부장 hsjeon@kei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