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취임일성 “`문화융성”`…찬밥 신세 우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초 국정과제의 큰 줄기로 내건 `문화융성`이 자칫 찬밥신세가 될 조짐이다.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공식 출범할 문화융성위원회가 문화체육관광부 단독 부처만으로 조직을 꾸릴 예정인 데다 별도 인원이나 예산도 아직 배정받지 못한 탓이다. 때문에 실질적으로 조직을 이끌어갈 추진력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달 말 국무회의에서 `문화융성위원회` 설치 안건이 통과됨에 따라 청와대를 중심으로 민간위원 인선과 설치준비 업무에 돌입, 이달 중에 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다. 위원회는 대통령이 위촉하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해 20명 안팎 위원으로 구성·운영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위원회를 문화 현장과의 소통 창구로 삼고, 문화융성에 필요한 정책 발굴과 문화가치 향상을 우리를 사회에 확산시키는 조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위원회 설치안건 통과 후 브리핑을 통해 “문화융성위원회는 다양한 문화현장의 전문가들이 두루 참여할 수 있도록 민간위원 중심으로 구성된다”며 “위원회가 문화를 통해 국민행복과 국가발전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문화융성의 시대`를 열어갈 핵심적 역할을 담당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를 실행할 조직을 한 부처에 떠맡기면서 연계·융합 정책을 추진할 범정부적 추진력 을 확보하기 어렵게 된 점이다. 또 다른 대통령직 산하로 꾸려진 3개 위원회가 별도 예산과 조직을 갖추고 출범하는 것과 비교할 때 형평성에서도 어긋난다는 평가다. 앞서 출범한 청년위원회와 대통합위원회가 각각 40명과 60명의 민간위원과 공무원 조직으로 설립되지만 문화융성위원회에는 공무원 지원 조직이 포함되지 않았다.

한 대학교수는 “새 정부가 국정과제의 큰 틀로 문화융성위원회를 출범시킨 것은 의미가 있다”면서도 “관련 조직과 예산이 별도로 마련되지 않은 것은 자칫 위원회가 이름뿐인 조직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화융성과 문화가치를 사회로 확산시킨다는 국정철학이 단순 구호에 머무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화부 인력만으로 사무국 업무까지 떠맡다보면 업무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문화부 내부에서도 위원회 설립 취지를 살리면서 운용 성과를 극대화하려면 조직과 예산 측면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문화부 공무원만 투입하다보면 내부 조직 운용에도 어려움이 있고 정책적인 부처 간 협력에도 한계가 있다”며 “문화융성이란 국정철학을 실행하기 위해선 범 부처를 아우르는 조직과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